중반까지는 답답했다. 연속 무득점이 15이닝으로 길어졌다. 하지만 홈런 한 방으로 분위기를 바꾸더니 완전히 살아났다.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11일 대만 타오위안 구장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조별예선 B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10-1로 역전승했다. 7회초부터 타선의 힘을 폭발시켜 1승 1패가 된 한국은 자력으로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이날 도미니카 선발은 좌완 루이스 페레스였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있지만 그리 유명한 투수는 아니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토론토 블루제이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서 활동하며 78경기(선발 4경기)에 등판한 그는 통산 5승 6패, 평균자책점 4.50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의 공격적인 투구에 대표팀 타선은 맥을 추지 못했다. 5회초까지 페레스는 단 55구만 던졌는데, 그 중 스트라이크가 41개나 됐다. 한국 타자들이 만든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불운도 있었고, 도미니카 야수들의 호수비도 한 몫을 했다. 총 66개를 던지고 교체된 페레스는 6이닝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한국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타선에 변화를 줬으나 6회까지는 별 소용이 없었다. 일본전에서 이용규-정근우였던 테이블 세터는 정근우-민병헌으로 바뀌었다. 3루수로도 허경민 대신 황재균이 선발 출장했다. 그러나 1회초 민병헌이 투구에 왼발을 맞았고, 이용규로 교체되면서 테이블 세터는 1번과 2번의 자리 변동만 있었을 뿐 1차전과 같은 선수가 그대로 나온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7회초부터 아쉬움을 완전히 풀었다. 도미니카가 6이닝을 완벽하게 막은 페레스를 빼는 의문의 투수교체를 하면서 한국은 막힌 방망이가 살아났다. 7회초 한국은 선두 이용규의 볼넷과 김현수의 2루 땅볼로 만들어진 1사 2루에서 이대호가 미겔 페르민을 상대로 경기를 뒤집는 좌월 투런홈런을 작렬시켜 2-1로 앞서기 시작했다.

8회초에는 쐐기를 박았다. 1사에 강민호와 김재호의 연속안타로 찬스를 잡은 한국은 바뀐 투수 훌리오 데폴라를 맞아 외야 우측으로 빠르게 뻗어 나간 정근우의 적시 2루타와 이용규의 1루 방면 내야안타, 외야 우중간을 완전히 가른 김현수의 3타점 2루타에 이은 이대호의 좌전 적시타를 묶어 7-1로 달아났다. 9회초에도 방심하지 않은 타선은 도미니카를 마운드를 더욱 몰아붙이며 10-1로 도망갔다.
사실 일본전에서도 경기 후반에는 출루가 잦아지며 8회초와 9회초 연속으로 만루 찬스를 갖기도 했다. 적시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도미니카전 대량 득점을 기대케 하는 내용이었다. 6회초까지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7회초부터 모든 문제들이 다 사라졌다. 7이닝 4피안타 7탈삼진 1볼넷 1실점해 승리투수가 된 선발 장원준 역시 수훈갑이었다. /nick@osen.co.kr
[사진] 타오위안=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