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 좌완 장원준은 한때 '큰 경기에 약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오해를 제대로 풀어버린 게 2015 KBO 리그였다. 롯데를 떠나 FA 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장원준은 정규시즌 30경기 12승 12패 평균자책점 4.08로 활약하더니 포스트시즌에서는 등판 때마다 호투를 펼치며 두산의 우승을 이끈 공신이 됐다. 2015년은 말 그대로 장원준이 '빅게임 피처'로 거듭난 해였다.
장원준의 상승세는 대표팀까지 이어졌다. 대체선수로 대표팀에 합류한 장원준은 11일 대만 타오위안 구장에서 열린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2차전 도미니카 공화국전에 선발 등판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좌타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도미니카 공화국전에 장원준을 맞춤 등판시켰고, 이는 대성공을 거뒀다.
장원준은 도미니카 공화국 타선을 상대로 7이닝동안 안타 4개만을 내주면서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사실 1점도 수비가 도와줬다면 막을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5회말 선두타자 윌킨 라미레스가 중견수 앞 타구를 날렸는데, 중견수 이용규의 타구판단 미스로 2루타를 만들어줬다. 여기에 장원준은 페드로 펠리스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1점을 내줬다.
한국 타선은 침묵을 지키고,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실점까지 한 상황. 그래도 장원준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5회 무사 1루 계속된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겼고, 6회와 7회는 아예 3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아냈다.
장원준이 마운드에서 버텨주자 타자들도 힘을 냈다. 한국은 7회초 이대호가 1사 2루에서 투런포로 경기를 2-1로 뒤집었다. 8회초에는 강민호-김재호-정근우-이용규-김현수-이대호가 무려 6연속 안타를 날리면서 대거 5득점,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2년 전 WBC에서 장원준은 경찰청 소속 신분으로 1경기에 나와 3⅔이닝 2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그게 장원준의 성인 국가대표 데뷔전이었다. 그로부터 한 단계 성장한 장원준은 흔들리던 한국 대표팀을 구했다. 영웅은 위기의 순간 등장한다는 말이 다시 한 번 들어맞는 장면이다. /cleanupp@osen.co.kr
[사진] 타오위안(대만)=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