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이 긴 침묵에서 탈출, 마침내 폭발했다. 15이닝 무실점에서 벗어나 빅이닝을 만들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11일 대만 타오위안 구장에서 열린 ‘프리미어 12’ B조 예선 도미니카 공화국과 경기에서 10-1 역전승에 성공했다. 한국은 선발투수 장원준이 7이닝 1실점으로 호투, 좌완 에이스 역할을 완수하며 선발승을 올렸다. 그리고 이대호가 7회초 이번 대회 한국의 첫 득점을 역전 결승 투런포로 장식했다. 이어 한국은 8회초 6연속 안타로 5득점, 9회초 정근우의 2타점 2루타, 이용규의 적시타로 완승을 거뒀다.
기분 좋게 첫 승을 거뒀으나, 6회까지는 지독했다. 한국 타자들은 지난 8일 일본과 개막전처럼 상대 선발투수에게 끌려갔다. 최고구속 161km를 찍은 오타니에 고전했던 한국은 이날은 도미니카 좌투수 루이스 페레스에게 한 점도 뽑지 못했다. 페레스의 140km 후반대 패스트볼과 140km를 상회하는 슬라이더에 안타 하나만 쳤다. 이따금 정타가 나오긴 했으나, 이마저 야수 정면으로 향하며 이번 대회 15이닝 연속 무득점을 기록했다. 일본전 영봉패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같았다.
사실 한국 타자들은 대회에 앞서 빠른 공에 적응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지난 4일과 5일 쿠바와 고척스카이돔 개장 경기를 했으나, 쿠바는 두 경기에서 공이 느린 투수들만 등판시켰다. 그러면서 한국은 최고구속 140km 초반대 투수들과 마주했다. 타자들 상당수가 실전을 치른 지 한 달이 넘은 상황에서 최악의 스파링 파트너를 만난 것이다.
대표팀 김인식 감독도 이 부분에 아쉬움을 표했다. 김 감독은 “쿠바가 예전에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정말 많았는데 이상하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거가 출장하지 못하다 보니까 그런 것 같다”며 “우리 타자들이 빠른 공을 많이 상대해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걱정이다. 쿠바와 두 경기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점으로 봐야 되는데 상대가 빠른 공을 던지지 않아 타자들의 컨디션을 확실히 판단하기 힘들게 됐다”고 전했다.
다행히 한국 타자들은 8회부터 빠른 공에 큰 타구를 터뜨렸다. 도미니카가 선발투수 페레즈를 시작으로 강속구 투수들을 마운드에 올렸는데, 8회초 데폴라의 140km 후반대 강속구를 마음껏 두들겼다. 7회초 이대호가 페르민에게 친 홈런이 신호탄이 됐고, 8회초와 9회초에는 안타쇼를 펼쳤다.
대회 개막에 앞서 한국의 최대장점으로 타선이 꼽히곤 했다. 에이스급 투수들이 컨디션 문제로 불참한 반면, 타자들은 대부분이 참석했다. 특히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는 김현수 이대호 박병호로 구성된 클린업은 역대 대표팀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였다. 한국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타자들이 도미니카전 후반부에 보여준 모습을 이어가야 한다. / drjose7@osen.co.kr
[사진] 타오위안(대만) =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