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이승엽의 재림이었다.
한국은 11일 대만 타오위안구장에서 열린 '프리미어 12'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 상대 선발투수에 막혀 중반까지 0-1로 끌려갔으나 7회 이대호의 역전 투런포를 발판삼아 거세게 밀어부쳐 10-1 낙승을 거두고 대회 첫 승을 낚았다.
이날 역전승의 일등공신은 선발투수 장원준이었다. 82개의 볼을 던지며 7탈삼진을 곁들여 4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한국시리즈 3차전 호투를 펼쳐 두산의 우승을 이끌었던 장원준이 벼랑끝에 몰린 한국을 구한 호투였다.

또 한 명의 공신은 4번타자 이대호였다. 상대선발 루이스 페레스에게 6회까지 단 1안타 무실점으로 막혔다. 일본전 9이닝 무득점을 포함해 16이닝 연속 무득점의 변비타선이었다. 그러나 페레스가 내려가고 론돈이 올라오자 7회초 선두타자 이용규가 볼넷을 골라 기회를 잡았다.
김현수는 2루 땅볼로 물러났다. 득점권에 주자가 진루하고 4번타자 이대호가 등장하자 도미나키는 론돈을 내리 페르몬을 올렸다. 이대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페르몬의 초구를 그대로 걷어올려 왼쪽 담잠을 넘겨버렸다. 15이닝 변비타선은 이대호의 한 방으로 뻥 뚫렸다. 8회와 9회 거세게 밀어부쳐 8점을 보태고 낙승을 거두었다.
이대호도 일본시리즈 5차전에서 손에 사구를 맞고 컨디션이 여의치 않았다. 일본과의 8일 삿포로 개막전에서도 4번타자로 나섰지만 1안타에 그쳤다. 이날도 2화와 5회는 모두 내야땅볼로 물러났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의 본능을 과시하며 한국에 귀중한 1승을 안겼다. 8회에서도 좌전적시타를 날려 3타점째를 수확했다.
7회 이대호의 한 방은 대표팀에서 많이 보던 모습이었다. 바로 이제는 대표팀에서 은퇴한 이승엽이 경기 후반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던 활약을 재현한 것이다. 이승엽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8회 결정적인 2타점 2루타를 날려 팀을 승리로 인도했다.
이어 2006년 WBC 대회에서도 일본을 상대로 8회 역전 투런포를 날려 승리를 이끌었다. 이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일본과의 4강전에서 8회 역전 투런포를 터트렸고 기세를 이어 결승전에서는 쿠바를 상대로 2회 선제 투런아치를 그렸다. 그 결정적인 홈런을 이대호가 재현한 것이었다. /sunny@osen.co.kr
[사진] 타오위안(대만)=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