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과 애착’ SK, 호랑이 박경완 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12 11: 59

“내일이 오는 게 무서워요”(김민식) “훈련 생각에 아침에 눈 뜨는 게 두려워요”(이현석).
일본 가고시마에 때 아닌 비명이 진동하고 있다. 이번 캠프에 참가한 두 포수, 김민식과 이현석의 이야기다. 엄청난 강훈련에 두 선수는 물론 주위에서도 안쓰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을 정도다. 이런 강훈련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은 내년을 앞두고 SK의 1군 배터리 코치로 합류한 박경완 코치다. 훈련량이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상상을 초월한다는 평가다. 선수들 이상으로 독한 마음을 먹은 박 코치의 책임감과 애착이 그 중심에 있다.
현역 시절 최고의 포수로 이름을 날렸던 박 코치는 은퇴 후 퓨처스팀(2군) 감독과 팀 육성총괄을 거쳐 올해 1군 코칭스태프에 합류했다. 의욕은 남다르다. 캠프를 떠나기 전 “힘든 훈련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던 박 코치는 자신의 첫 제자들을 채찍으로 조련하고 있다. 호랑이 선생님이다. 하지만 박 코치는 현재 팀 상황을 생각하면 이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먼저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이유다. 박 코치의 솔선수범에 선수들은 다른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

SK는 주전포수인 정상호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거취가 불분명하다. 만약 정상호가 팀을 떠난다면 포수진 개편이 불가피하다. 이재원이 주전포수가 된다고 가정했을 때, 반드시 백업 포수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박 코치의 눈에 들어온 선수가 바로 김민식과 이현석이다. 박 코치는 “SK에는 지금 제2·3포수가 필요하다. 나에게는 큰 책임감이다. 가만히 지켜봐서는 안 될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김민식이나 이현석 모두 아마추어에서는 잘했던 선수다. 하지만 프로, 특히 SK에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 야구가 아닌 포수로서 성공할 수 있는 밑거름을 그려줘야 한다”고 강한 조련의 이유를 밝혔다.
팀 사정에 대한 책임감, 지도자로서의 욕심, 그리고 선수들에 대한 애착이 모두 섞여 있다고 말하는 박 코치다. 박 코치는 “나도 처음 코치를 맡은 만큼 이들이 내 첫 제자다. 그런 부분에서 더 애착이 가기도 한다”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또한 좋은 재질을 가지고 있는 포수들이라는 게 박 코치의 생각이다. 그래서 더 욕심이 난다. 박 코치는 “이들에게 내 개인적인 경험, 내 운동에 대한 노하우를 다 전수해주고 싶다”고 열정적인 속내를 드러냈다.
박 코치는 현역 시절 무에서 유를 창조한 대표적인 스타 플레이어로 손꼽힌다. 입단 당시에는 많은 이들이 주목하지 않은 선수였으나 결국 당대 최고의 포수로 우뚝 섰다. 그 원천은 훈련이었다. 조범현 현 kt 감독 밑에서 혹독한 훈련을 거쳤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박 코치도 그런 훈련의 힘을 믿는다. 박 코치는 “해보지도 않고 무엇을 느끼겠는가. 일단 몸을 움직여봐야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게 된다. 내가 한 발 더 움직이고 같이 함께 소리를 지르다보면 선수들도 한 발 더 움직일 것이다. 코치라고 해서 무게만 잡고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안쓰러운 마음도 있다. 자신도 힘든 훈련을 겪어봤다. 이들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가장 잘 알고 있다. 싫어서 마냥 엄하게 다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박 코치는 “김민식은 힘은 다소 부족하지만 필요할 때 잘 활용한다. 이에 비해 이현석은 좋은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 힘을 다 쓰지 못한다. 합쳐놓으면 참 좋은 포수가 나올텐데…”라고 아쉬움을 표한다. 두 선수가 서로의 장점을 배울 수 있게끔 경쟁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박 코치의 목표는 크다. 박 코치는 “‘그런 선수들이 있었지’라고 가끔 회상되는 선수로 남기를 바라지 않는다. 두 선수가 SK 최고의 포수, 더 나아가 우리나라 대표 포수라는 말을 듣기를 바란다”고 높은 목표를 제시했다. 엄한 얼굴 표정 뒤에는 제자들의 성공을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숨어있다.
박 코치는 “두 선수를 보며 답답한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이들보다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이해가 가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해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이들은 지금 다른 선수들보다 2~3배 이상의 운동량을 소화하고 있다. 10번 이야기하는 것보다 한 번 몸을 움직여보는 것이 낫다”라면서 제자들의 파이팅을 바랐다. 당분간은 이들에 자비심은 거둬들인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그것은 박 코치가 ‘첫 제자’들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우일지 모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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