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레터] 악바리 이용규, 극심한 고통에도 첫 승 도왔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11.12 12: 20

한국 야구대표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국가대표 부동의 주전 중견수이자 테이블세터, 이용규의 배에 탈이 났습니다. 그런데 고통 속에서도 꾹 참고 경기에 나서 대표팀의 이번 대회 첫 승리를 이끌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보통 '물갈이'를 한다고 말하죠. 해외에 나가면 마시는 물만 달라져도 배탈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용규도 일본을 거쳐 대만으로 오면서 갑자기 배에 탈이 났습니다. 11일은 대표팀의 프리미어12 조별예선 첫 경기 도미니카 공화국전이 있던 날인데 경기 전부터 몸이 좋지 않았던 이용규는 일단 야구장으로 이동합니다.
꾹 참고 '경기에 뛸 수 있다'고 말했고, 김인식 감독은 이용규를 톱타자로 기용하는 라인업을 정했습니다. 마침 비가 와서 앞 경기가 뒤로 밀려 대표팀은 '경기시작 90분 전까지 라인업 통보' 규칙에 따라 일단은 이용규의 이름을 올려놓은 것이죠.

하지만 막상 경기장에 와보니 이용규의 상태는 썩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 라인업에서 빼고 그 자리에 민병헌을 투입했죠. 문제는 민병헌까지 1회초 몸에 맞는 공으로 경기에서 빠지게 됐습니다. 그러자 이용규가 대주자로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김 감독은 "이용규가 참 악바리야. 몸이 그렇게 아픈데도 본인이 하겠다고 말하더라"면서 혀를 내둘렀습니다. 구토와 복통이 심했던 이용규는 꾹 참고 경기에 나섰고, 0-1로 끌려가던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을 골라내며 이대호의 역전 투런포를 견인했습니다. 그 뒤에는 타격까지 올라오며 멀티히트를 날려 10-1 대승의 공신이 됐죠.
만약 그 다음에 몸이 괜찮아졌다면 '회복하던 중에 경기에 나섰구나'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이용규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밤 사이 상태가 다시 안 좋아졌고, 12일에는 경기장 대신 타이베이 대학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검사 결과 이용규는 심한 탈수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시 링거를 맞고, 12일 베네수엘라전은 나성범에게 외야 가운데 자리를 맡겼습니다. 김 감독은 아예 이용규더러 호텔에서 쉬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악바리' 이용규, 누워서 티비로 동료들이 뛰는 걸 지켜보는 마음은 결코 편하지 않을 겁니다. 동료들이 이용규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면 역시 승리만한 게 없겠죠. /cleanupp@osen.co.kr
[사진] 타오위안(대만)=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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