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은 싫다’ SK 김재현, 이제는 주연을 꿈꾼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12 12: 23

“때로는 관중이 된 기분이에요. 3시간 경기 중에 10분을 뛰고 들어오니까요”
김재현(28)은 SK 최고의 준족이자 리그 정상급 도루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일반적인 단거리를 뛰는 것보다 오히려 베이스를 밟고 뛰는 것이 더 빠르다는 찬사를 받곤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주루’ 외에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던 선수이기도 하다. 대주자 요원으로서의 활용성 때문에 1군 명단에 오랜 기간 이름을 올려두기는 했지만 좀처럼 더 뻗어나가지 못했다. 김재현도 그런 현실에 속상해했다. “선수가 아닌, 관중이 된 기분”이라는 말에서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2015년을 맞이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SK의 외야에는 좋은 선수들이 즐비했다. 김재현이 치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타격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은 여전했다. 46경기에서 타율 1할5리에 그쳤다. 제한된 기회에서 나갈 때마다 주루에서는 쏠쏠한 활약을 펼쳤지만 스스로의 목표에는 한참 미달된 시즌이기도 했다. 어찌 보면 또 한 번 실패한 시즌이 지나갔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낙담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그런 김재현은 지난 1일 시작된 SK의 가고시마 특별캠프 주장이 됐다. 선수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팀의 분위기 메이커 중 하나인 김재현의 성격을 김용희 감독이 눈여겨봤다. 따지고 보면 어느덧 20대 후반에 이른 나이이기도 하다. 이제는 후배들을 이끌 위치도 됐다. 김재현도 이번 캠프를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김재현은 “기존 캠프에서 느낄 수 없는 비장함이 느껴진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감독님과 코치님들의 눈빛에서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진다”라며 스스로를 다잡고 있다.
가고시마 캠프에 합류한 선수들은 SK가 내년 전력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들이다. 유망주들은 물론 집중적인 조련을 통해 기량을 향상시켜야 할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김재현에 대한 SK의 기대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재현은 “주전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들 이를 악물고 캠프에 임하고 있다”라면서 “나도 이번 특별캠프에서 주장이 된 것을 기회로 삼겠다. 실력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이나 성격적인 부분에서도 다른 후배 선수들이 본받고 싶어 하는 선수로 성장하겠다”라며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다른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힌 김재현은 2016년을 도약의 해로 삼고 있다. 김재현은 “개인적으로도 이번 특별캠프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27일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많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점을 두는 것은 역시 타격이다. 주루와 수비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지만 타격에서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주전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간 많은 시도를 했던 김재현이었다. 타격폼을 바꿔보기도 했고 스위치 타자로 전환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그 노력에 비해 성과물은 적었던 편이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김재현은 “그동안 부족했던 타격적인 부분의 약점을 보완하고 나에게 맞는 타격을 완성해 장점을 극대화시키겠다”고 이번 캠프를 벼르고 있다. 타격이 따라온다면 빠른 발을 지닌 김재현의 활용성은 무궁무진해질 수 있다. SK 외야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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