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특급 잠수함이 떴다. 정대현의 계보를 이을 새로운 국제용 잠수함의 등장을 기대케 한다.
한국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대만 타이베이 타오위안구장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B조 예선 베네수엘라와 경기에서 13-2로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일찌감치 타선 폭발한 가운데 선발 이대은이 5이닝 2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따냈다.
승부가 어느 정도 한국으로 기운 6회부터 한국은 나머지 투수들을 점검했다. 6회 우규민에 이어 7회 마지막 콜드게임 이닝을 책임진 NC 사이드암 투수 이태양(22)이 위력적인 투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국가대표 공식 경기 데뷔전에서 'KKK' 투구로 강렬한 신고식을 치른 것이다.

13-2로 앞선 7회초 마운드에 오른 이태양은 좌타자 라이네르 올메도를 4구 연속 느린 커브를 던진 뒤 5구째 갑자기 몸쪽에 꽉 차는 137km 속구를 던져 루킹 삼진 잡았다. 이어 우타자 레고리오 페티트도 속구와 커브를 섞어 던지다 5구째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112km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마지막 타자 프랑크 디아스마저 3개의 공 모두 110km 안팎 커브를 던져 3번 연속 헛스윙을 유도했다. 3구째 가운데 낮은 113km 커브에 디아스의 방망이가 돌며 경기가 끝났다. 총 투구수 13개로 스트라이크 10개, 볼 3개. 헛스윙만 4개를 이끌어냈다. 최고 137km의 속구는 3개만 던졌고, 나머지 10개는 모두 볼끝 움직임이 많은 커브였다.
이태양은 이번 프리미어12가 첫 국가대표다. 청주고 출신으로 지난 2011년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넥센에 지명된 뒤 2012년 신생팀 특별지명을 통해 NC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 첫 1군 풀타임 시즌을 치르며 29경기 10승5패 평균자책점 3.67의 수준급 성적을 올리며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 5일 쿠바와 슈퍼시리즈 2차전에서 구원으로 1이닝 삼자범퇴로 컨디션을 조절한 이태양은 이날 첫 공식 국제대회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전형적인 사이드암 투수답게 까다로운 투구 폼과 각에서 나오는 현란한 공으로 베네수엘라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렸다. 중남미 타자들에게 생소한 투구 유형이라 14일 멕시코전과 15일 미국전에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정대현이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제대회 전용 잠수함으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그도 어느덧 만 37세의 노장. 누군가 뒤를 이어야 한다. 이태양이 정대현의 뒤를 잇는 한국산 국제용 잠수함 등장을 예고했다. 정대현의 후계자로 가능성을 확인한 압권의 'KKK' 데뷔였다. /waw@osen.co.kr
[사진] 타이베이=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