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팀 외야수 손아섭이 2번타자로 의미있는 활약을 했다.
한국은 12일 대만 타오위안 구장에서 열린 '프리미어12' 베네수엘라와의 B조 3차전에서 선발 이대은의 호투와 14안타를 쏟아내는 막강 화력을 앞세워 13-2, 7회 콜드승을 거두었다. 일본과 개막전 패배를 딛고 2연승을 달리며 8강을 향해 순항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3경기에서 각각 다른 테이블세터진을 선보였다. 지난 8일 일본전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용규와 정근우를 배치했다. 그러나 오타니 쇼헤이의 괴력투와 뒤를 이은 투수들에 막혀 8타석에서 정근우의 볼넷 1개만 얻었다. 8회 1사1,2루에서 이용규의 잘맞은 타구가 사카모토 하야토의 다이빙캐치에 막힌 것이 뼈아팠다.

대만으로 이동해 이틀을 쉬고 나선 11일 도미니카와의 경기에서는 정근우를 1번으로 내세웠다. 이용규는 급체를 하는 바람에 선발명단에 들어갔다 빠졌다. 대신 민병헌이 중견수 겸 2번타자로 출전했다. 그러나 민병헌이 1회초 발에 사구를 맞고 벤치에 들어왔고 어쩔 수 없이 이용규가 나섰다.
결과는 정근우 5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 이용규는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베이징 신화를 만들어냈던 국가대표 테이블세터진답게 10-1 승리를 이끌었다. 이용규는 아픈 폼을 이끌고 수비에서 실수까지 범했으나 공격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부진을 만회했다.
드디어 국가대표 밥상이 차려지는 듯 했으나 이용규는 급체의 후유증이 남아있었다. 결국 13일 베네수엘라전에는 선발출전하지 못했다. 탈수가 심하고 설사증세까지 있어 수액까지 맞았다. 민병헌이 사구 후유증이 남은 가운데 김인식 감독이 내민 카드는 손아섭이었다.
1회부터 손아섭은 2번타자다운 활약을 펼쳤다. 정근우가 중전안타로 출루하자 3루쪽에 번트안타를 날려 찬스를 키워주었다. 이어 김현수의 우중간 2루타를 날릴때 홈을 밟았다. 4회1사3루에서는 강습타구를 1루쪽에 날렸지만 상대의 수비에 걸려 득점타가 되지 못했다.
이어 9-2로 앞선 9회 무사 1,3루에서는 가볍게 볼을 밀어쳐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추가점을 뽑았다. 이날 성적은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분명 맹활약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색할 수도 있는 타선에서 자신보다는 팀을 생각했다. 더욱이 그는 16일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신청할 예정이다. 대회장에 몰려든 MLB 스카우트 앞에서 멋진 한 방을 보여주고 싶었겟지만 번트를 댔다. 울림있는 2번타자의 하루였다. /sunny@osen.co.kr
[사진]타오위안(대만)=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