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포가 잘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선두 OK저축은행의 기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시몬의 공격 가담이 떨어졌지만 송명근(22)과 송희채(23)가 뒤를 받쳤다. 토종 날개들이 맹활약을 펼친 OK저축은행은 한치도 흔들리지 않으며 리그 선두를 질주했다.
OK저축은행은 12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NH농협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의 완승을 거뒀다. 5연승과 함께 승점 3점을 보탠 OK저축은행(승점 24점)은 2위 대한항공(승점 17점)과의 승점차를 벌리며 서서히 독주 체제를 만들어나갔다.
사실 시몬의 공격 가담이 많지는 않은 경기였다. 지난 2경기에서 연속 트리플크라운(후위·블로킹·서브 3개 이상)을 기록하며 힘을 냈던 시몬은 이날 속공을 자제하는 등 공격에 많이 참여하지 않았다. 시몬은 1세트에서 3점에 그쳤고 2세트에서 단 1점도 내지 못했다. 몸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워낙 다른 공격수들의 활약이 좋아서였다.

최근 다소 떨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프로배구에서 외국인 공격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40~50% 사이의 공격을 점유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포가 2세트까지 3점에 그쳤다는 것은 사실 그날 경기가 엄청나게 꼬여가고 있음을 증명할 수도 있는 수치였다. 그러나 시몬이 굳이 공격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황금 날개들이 반대편에 버티고 있었다. 윙 리시버들이 맹활약하며 무난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2라운드 들어 좀 더 힘을 내고 있는 토종 주포 송명근, 그리고 살림꾼 송희채가 그 주인공들이었다. 시몬의 공격 성공률이 30%대까지 떨어지자 이민규는 송명근과 송희채에 대한 공격 비중을 늘려 만회에 나섰다. 그리고 두 선수는 그런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송명근은 1세트에서 시몬을 대신해 43.48%의 공격을 점유하며 6득점을 올렸다. 송희채는 3번의 공격을 모두 성공시키는 알토란같은 활약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1세트를 가져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2세트 들어서도 시몬은 공격 점유율이 떨어졌지만 OK저축은행은 오히려 국내 선수들의 힘을 십분 활용하며 KB손해보험을 압도했다. KB손해보험이 제풀에 무너지기도 했지만 송명근 송희채는 물론 김규민 박원빈 등 중앙 공격수들을 활용하는 다양한 패턴이 KB손해보험의 블로커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여기에 교체로 들어간 강영준 심경섭도 고비 때마다 중요한 공격을 선보이며 힘을 보탰다. 무려 6명의 선수가 10% 이상의 공격 점유율을 기록했다. 다채로운 기록지였다. 세터 이민규의 승리였다.
3세트 들어 시몬까지 공격에 가세하자 OK저축은행의 분위기는 더 살아났다. 주축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선보였고 송명근은 서브 득점까지 꽂아 넣으며 팀의 기를 살렸다. 이날 송명근은 팀 내 최다인 15점을 올렸고 송희채는 85.71%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한 방을 과시했다. 반면 KB손해보험은 마틴의 부진 때 해결사 임무를 해야 할 김요한이 철저하게 묶였다. 두 팀의 희비를 가른 결정적인 요소였다. /skullboy@osen.co.kr
[사진] 안산=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