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루에서의 거친 슬라이딩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부상자들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규칙 개정이 추진된다. 강정호(피츠버그), 미겔 테하다(뉴욕 메츠) 사태로 논란이 된 메이저리그(MLB)의 슬라이딩 문화가 이번 계기를 통해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보스턴 헤럴드’를 비롯한 미 언론들은 13일(이하 한국시간) “MLB가 2루에서의 슬라이딩 규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착수했다”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현재 MLB는 플로리다에 30개 구단 단장과 MLB 사무국 직원들이 모인 ‘단장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단장회의에서 2루에서의 거친 슬라이딩을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LB 사무국도 규정 개정을 위한 공식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현재 MLB에서는 1루 주자가 병살 플레이를 막기 위해 2루 베이스에 있는 2루수 혹은 유격수에게 거친 슬라이딩을 하는 것이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주자로서는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항변할 수 있겠지만 이 때문에 베이스 위의 2루수와 유격수가 부상을 당하는 사태가 자주 벌어져 논란이 커졌다. 물론 MLB 내야수들은 이런 슬라이딩을 잘 피할 수 있도록 수많은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몇몇 슬라이딩은 미처 피할 틈조차 주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올 시즌에도 대표적으로 두 가지 사건이 미국 내에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크리스 코글란(시카고 컵스)은 지난 9월 리그 경기 도중 병살 플레이를 시도하던 강정호에게 발을 드는 거친 태클을 감행해 강정호의 무릎 부상을 야기했다. 체이스 어틀리(LA 다저스)는 지난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 당시 등을 돌아보고 있어 속수무책이었던 테하다에게 돌진해 결국 테하다의 부상으로 이어지는 비극의 원흉이 됐다.
이에 MLB 사무국은 슬라이딩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오랜 기간 경기의 일부로 여겨졌던 만큼 대폭의 개정은 없겠지만 적어도 “수비수가 아닌, 베이스를 향해 태클을 할 것”이라는 조항이 추가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MLB 사무국은 이 방안에 대한 여론과 합리적 개정 방안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나갈 예정이다. 오는 12월 열릴 윈터미팅에서도 공식 의제로 놓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일부 구단은 환영의 의사를 밝히고 있다. 메츠의 존 리코 부단장은 “우리의 경우는 최근 매우 특별한 경우(테하다 사태)를 겪었지만, 사실 이런 문제는 모든 팀들이 유사하게 겪어봤던 것”이라면서 “수비수들이 아주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적어도 2루에서의 공정한 플레이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선수들을 보호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슬라이딩 논란에 대해 한동안 중립적인 생각을 밝혔던 조 토리 MLB 부사장도 “우리는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실려 나가는 사태를 바라지 않는다”라면서 규정 개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신중하게 추진할 의사를 밝히면서도 선수 보호를 위한 어느 정도의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에는 동의한 것이다.
실제 2011년 버스터 포지(샌프란시스코)가 홈 쇄도 과정에서 큰 부상을 당한 이후 MLB는 이른바 홈 충돌 방지법을 만들어 2014년부터 시행했다. 그 결과 2014년부터 2015년까지 홈에서 포수와 주자의 충돌은 2011년에서 2013년에 비해 62%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어쩔 수 없는 충돌은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지만 불필요한 충돌은 줄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규정 변경만이 2루에서의 불필요한 거친 슬라이딩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