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한-박명환 은퇴’ 우완 트로이카, 배영수만 남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13 05: 58

21세기의 문을 열었던 당시, KBO 리그를 주름잡았던 ‘우완 트로이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박명환(38)에 이어 손민한(40)이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 당시 이들과 자웅을 겨뤘던 선수는 배영수(34, 한화)만이 남아있다. 한 시대가 저물어간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손민한은 12일 구단 발표를 통해 정들었던 마운드와의 작별을 고했다. 사실 다소 예상치 못한 감이 있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재기에 성공한 손민한은 2013년 5승, 2014년 4승을 기록한 것에 이어 올해 26경기에서 11승6패 평균자책점 4.89를 기록하며 불혹의 찬가를 불렀다. 벤치에서 체력을 잘 관리해주면 아직 1~2년 정도는 더 너끈히 뛸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손민한은 ‘멋진 퇴장’을 선택했다.
은퇴를 발표하며 당분간 어린 선수들을 챙기겠다고 밝힌 손민한은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따낸 뒤 멋진 퇴장에 대해 고민했다. 좋은 모습으로 스스로 결정해 떠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올해 10승도 이뤘고, 포스트시즌에서 승리투수도 됐다. 이제가 은퇴할 때라고 생각했다”라고 홀가분한 심정을 밝혔다.

이로써 손민한은 1997년 롯데에서 KBO 리그에 데뷔한 이래 통산 388경기에서 123승88패22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3.55의 성적을 남긴 채 명예로운 은퇴를 선택했다. 롯데가 한창 어렵던 시절 마운드에서 고군분투하며 ‘자존심’을 지켰던 이 우완 에이스는 우여곡절 끝에 명예로운 은퇴를 선언할 수 있었다. 앞서 지난 9일 은퇴를 선언한 박명환의 퇴장과 함께, 2000년대 초반 KBO 마운드를 분할 점령했던 3인방 중 2명은 팬들과 작별을 고했다.
손민한에 1년 앞서 KBO 리그에 데뷔했던 박명환은 1998년 14승을 거두며 첫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 14승,2004년 12승, 2005년 11승을 따내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이들의 아성에 겁 없이 도전했던 신예가 바로 배영수였다. 2000년 삼성에서 데뷔한 배영수는 2003년 13승, 2004년 17승을 거두며 선배들을 위협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절정의 시기가 그렇게 길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박명환은 FA 계약을 통해 LG로 이적한 뒤 부상에 시달렸다. 불꽃 같이 던졌던 배영수는 팔꿈치에 상처를 남긴 채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에 실패하는 시련을 겪었다. 손민한 또한 2008년 이후로는 뚜렷한 하락세를 그렸고 선수협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에 연계되는 등 쉽지 않은 선수 생활 말년을 보냈다.
하지만 일어서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도 분명하다. 사실상 은퇴 상황에 몰렸던 박명환은 성치 않은 어깨에도 재기를 꿈꿨고 결국 NC에서 한 번 더 기회를 받아 2014년과 2015년 1군 무대에서 총 16경기에 나섰다. 그래도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었던 2년이었다. 손민한은 올해 불혹의 나이에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고 배영수는 2012년 12승, 2013년 14승을 거두며 재기한 끝에 올해 FA 계약을 맺고 한화로 이적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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