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29)의 성공에 이어 이번에는 손아섭(27, 롯데)이 두 번째 주자로 포스팅 전선에 나선다. 다만 박병호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박병호의 포스팅 성공이 기정사실화된 부분이었다면 손아섭은 반신반의의 분위기다.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 악재를 극복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 구단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손아섭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참가를 위해 16일 KBO에 공시 요청을 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정확한 시점을 정하지 못한 채 원론적으로만 결정되어 있었던 손아섭 포스팅도 일정이 최종 확정됐다. 손아섭에 관심이 있는 구단은 MLB 사무국을 통해 입찰하게 되며 우리시간으로 오는 14일 오전 KBO에 통보돼 액수가 드러나게 된다.
롯데의 포스팅 하한선 여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일단 MLB 구단이 얼마에 입찰하느냐를 보고 최종 결정이 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어쨌든 손아섭 포스팅은 16일 시작되고 이제 금액이 화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일각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은 일본 무대를 평정하고 MLB 도전을 선언, 250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기록했던 아오키 노리치카(33)의 사례다.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 이상의 금액이라면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롯데의 수락 여부는 둘째치고, 그렇다면 이 250만 달러를 돌파할 수 있을까. 긍정적인 전망과 부정적인 전망이 엇갈린다. 일단 긍정적인 전망을 내리는 쪽은 손아섭의 기량과 나이에 주목한다. 한 에이전트는 “코너 외야수는 언제나 매물이 많다. 다만 손아섭의 경우 아직 20대 중·후반이라는 나이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는 있을 것이다. 아오키의 경우는 서른이 다 되어 MLB에 갔다. 장기 계약을 제시하기 어려운 여건이었고 결국 포스팅 금액도 예상보다 적었다”라고 전망했다.
“일본 최고의 타자가 250만 달러를 받았는데, 손아섭이 그 정도 액수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시선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 그러나 4년의 시간이 흘렀고 어차피 포스팅 금액은 평균이 아닌 최고액만 공개된다. 어느 한 팀이 손아섭의 기량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면 아오키 이상의 금액이 나오는 것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실제 2~3개 팀 정도가 손아섭을 유심히 지켜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정적인 시선도 만만치 않다. 한 스카우트는 “손아섭의 기량이 아오키 이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공·수 모두에서 그렇다”라고 이야기했다. 아오키의 금액이 상징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손아섭에게 대단히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손아섭의 경우 꾸준히 MLB 진출 가능성을 흘렸던 박병호에 비해 스카우트들의 집중 관찰을 받은 시기가 짧다. 한 구단 관계자는 “박병호가 오면 5~8개 팀 정도의 스카우트들이 몰렸지만 손아섭은 그렇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했다. 확신을 가지지 못한 팀들이 많을 수 있다.
손아섭의 특성이 MLB에 어필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강정호와 박병호는 힘이라는 차별화된 무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손아섭은 정확도를 중심으로 한다. 이 스카우트는 “힘은 MLB에 가도 손실 우려가 적다. 하지만 정확도는 그렇지 않다. 강정호도 타율이 6푼이나 떨어졌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MLB 팀들이 손아섭의 장점을 얼마나 높게 평가하느냐가 관건인 가운데 포스팅 시기가 확실하지 않았던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손아섭 포스팅의 마지막에는 어떤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을까.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