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의 소중함’ 최정, 세 번 실패는 없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13 05: 58

미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주전 야수를 흔히 ‘Everyday Player’라고 말한다. 문자 그대로 매일 경기에 나서는 선수다. 아무리 기량이 좋아도 매일 나설 만한 신체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다면 가치는 크게 떨어진다. 그리고 그 빈틈을 노리는 선수들에게 언젠가는 밀려나기 마련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최정(28, SK)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Everyday Player’였다. 데뷔 이후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 스타플레이어 중 하나다. 수많은 사구에 맞아도 다음 날이면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 경기장을 향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2년은 아니었다. 부상에 제대로 발목이 잡혔다. 목부터 발목까지, 오히려 성한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운 부상병동이었다. 그렇게 2014년에는 82경기, 2015년에는 81경기 출전에 그쳤다.
아쉬움이 진한 시즌이었다. 세 차례나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는 통에 많은 경기에 뛰지 못했다. 144경기로 치면 최정은 올 시즌 무려 43.8%의 경기에나 결장했다. 4년 86억 원이라는 거액의 FA 계약을 맺은 첫 해라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최정은 “그런 비난보다 더 힘든 것은 미안함과 자책감”이었다고 담담히 말한다. 심리적으로도 크게 휘청거린 시기였다. 2015년을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이유다.

부상이 계속되다보니 차라리 빨리 시즌이 끝났으면 하는 생각마저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최정이다.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깨끗하게 끝내고 다시 시작했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라고 간신히 입을 뗀 최정은 “올해는 아파서 못 나가는 경기가 너무 많았다. 예전에는 ‘좀 아파서 쉬었으면’하는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결장하다보니 심리적으로 완전히 무너졌던 것 같다”라고 부상으로 점철된 지난 2년을 묵묵히 돌아봤다.
경기에 나설 때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더 아쉬움이 컸다. 최정은 올 시즌 81경기에서 타율 2할9푼5리, 17홈런, 58타점을 기록했다. 아픈 곳 없이 정상적으로 뛰었다면 개인 첫 30홈런도 도전할 만한 페이스였지만 결국 부상이 모든 것을 앗아간 셈이 됐다. 최정도 “이런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 잘하는 것보다는 꾸준히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한다”라면서 “올해는 잘하다 공백이 생기고, 또 잘하다 공백이 생기는 게 반복됐다. 팬분들의 비난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서 최정은 2016년 목표를 “꾸준히 경기에 나가는 것”, 즉 ‘Everyday Player’가 되는 것으로 잡았다. 건강하고 꾸준했던 예전의 모습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때문에 이번 마무리캠프 때는 그간 아팠던 부위를 보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행히 운동을 꾸준히 하며 점차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휴식기 동안에도 관리를 잘해 내년 스프링캠프 때는 완전히 정상적인 몸 상태를 찾는다는 각오다.
최정은 “꾸준히 나가면 그래도 비난은 줄어들 것이라 믿는다”라면서 “어차피 이제는 지나간 일이다. 지나간 일을 후회해봐야 소용없지 않겠는가”라고 미래를 향한 각오를 다졌다. “두 번 그랬잖아요. 세 번 실패는 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하며 뒤돌아서는 최정의 눈빛에서 예년과는 다른 기운이 느껴진다. 경기 출전의 소중함을 깨달은 최정이 시련을 딛고 한 단계 성숙해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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