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도 아니다’ KB손보, 분위기 쇄신 이룰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13 05: 57

“뭐라고 말씀 드릴 것도 없네요. 오늘은 배구도 아니었습니다”
강성형 KB손해보험 감독은 12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완패를 당한 뒤 이례적으로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인터뷰 내내 어두운 표정, 그리고 생각이 많은 표정이었다. 그만큼 팀의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반증이었다. 강 감독은 “경기를 그렇게 하는 데 작전이 있겠는가”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기본이 제대로 되지 않은 선수들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올해 이름을 바꿔 단 KB손해보험은 시즌 초반부터 수렁에 빠져 있다. 이날 경기에서 패함에 따라 6연패를 기록했다. 8경기를 치른 현재 따낸 승점은 단 2점이다. 6연패를 기록하는 도중 따낸 세트라고 해봐야 3세트에 불과하다. 여러 선수들을 기용하며 실마리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그 사이 3위 현대캐피탈과의 승점차는 13점으로 벌어졌다. 바로 윗순위인 6위 우리카드와의 승점차도 7점이다. 초반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차이다.

간판을 바꿔 달았고 사령탑도 새로 선임했다. 객관적인 전력상 강한 전력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분위기 쇄신을 통해 결코 얕볼 수 없는 팀이 되겠다는 각오는 강했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세터 포지션 보강을 위해 현대캐피탈과의 트레이드로 권영민을 데려오는 승부수도 띄웠다. 김요한이라는 든든한 토종 공격수, 점점 성장하는 젊은 선수들이 한 곳에 뭉친다면 돌풍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패배의식만 강해지고 있다.
여러 기록은 현재 KB손해보험을 ‘총체적 난국’으로 정의하고 있다. 공격 성공률(49.87%)은 50%가 채 안 된다. 주포인 외국인 선수 네멕 마틴이 아직까지도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크다. 마틴은 8경기에서 136점에 그쳐 외국인 선수로는 가장 못한 득점력을 보이고 있다. 공격 성공률도 47.66%에 처져 있다. “기술적이나 호흡적 문제보다는 심리적인 문제가 크다”라는 것이 팀 내부의 진단이다. 그러나 그 돌파구가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블로킹도 문제다. 8경기에서 세트당 1.90개를 잡아내는 데 그치고 있다. 유일하게 세트당 1점대 팀이다. 12일 경기에서도 OK저축은행의 다양한 공격 패턴에 무너지며 3세트 동안 단 2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는 데 그쳤다. 여기에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주저앉는 모습은 최근 몇 시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준비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체적인 평가다.
강 감독도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분위기 쇄신책을 꺼내든다는 생각이다. 강 감독은 “큰 부상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없다. 물론 선수들을 믿어야겠지만 이제는 훈련 방법을 바꿔야 할 것 같다”라고 방향을 설명했다. 정신력부터 다시 무장을 해 배구다운 배구를 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100가지 작전을 준비해도 무용지물이라는 의미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시 점검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시점상으로도 그렇다. 더 이상 처지면 사실상 의미 없는 시즌 막판이 될 수도 있다. KB손해보험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에 15일 삼성화재전, 17일 현대캐피탈전으로 이어지는 일정이 올 시즌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분명 넉넉하지는 않은 시간이다. 삼성화재는 그로저의 가세 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공격 루트가 다채로운 팀이다. 여러모로 상황이 여유있지는 않다. 위기에 몰린 KB손해보험이 어떤 해법을 들고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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