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를 넓히다’ 송명근의 계속되는 진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13 06: 04

에이스들은 고집이 있다. 사실 어느 정도의 고집이 없으면 중압감 넘치는 경기 속에서 팀을 이끌어갈 수 없다. 하지만 지나친 고집은 화가 된다. 스스로에게나, 팀에나 도움이 안 된다. 빨리 다른 부분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도 능력이다. 그런 측면에서 송명근(22, OK저축은행)은 참 좋은 재능을 지녔다. 시야가 넓고, 배움에 귀가 열려 있다.
송명근은 12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양팀 통틀어 최다 득점인 15점(성공률 55%)을 올리며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의도적으로 공격 비중을 줄인 외국인 공격수 시몬을 대신해 팀의 해결사 몫을 톡톡히 했다. 몸이 가벼워 보였다. 공격은 탄력이 넘쳤다. 서브 에이스도 2개, 블로킹도 2개를 성공시키며 팀 분위기를 살리는 데도 일등공신이 됐다.
대학 시절부터 차세대 대표팀의 왼쪽 날개로 각광을 받은 송명근이다. 프로에 입단해서도 쭉 엘리트 코스만을 밟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팀 우승을 이끄는 등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을 모두 잡으며 활짝 웃었다. 그러나 올 시즌 1라운드에서는 다소간 아쉬운 모습도 있었다. 공격 성공률(50%)이 지난 시즌에 비해 떨어졌다. 세트마다, 경기마다 기복이 드러나기도 했다. 여전히 뛰어난 성적이었지만 이미 한껏 부풀어진 송명근에 대한 기대치를 생각하면 만족하기는 어려운 성적이었다.

송명근은 이에 대해 “1라운드 때는 안 될 때도 낮고 빠르게만 (토스를) 해달라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자신이 선호하는 코스에 대한 집중이 있었다는 점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 때 김세진 감독이 팔을 걷어붙였다. 김 감독은 “공격 방법을 조금 바꿔줬다. 말로 설명하기는 조금 어려운데 토스를 처리하는 과정은 물론 스타트부터 공을 처리하는 것까지 조금 바뀌었다”라고 설명했다.
송명근은 이런 김세진 감독의 지도를 쭉쭉 빨아들였다. 송명근은 “감독님께서 공 하나 정도를 높게 달라고 해서 타점을 잡아 직선과 크로스를 때리라고 주문하셨다. 하나하나 때릴 때마다 지적해주셔서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2라운드 상승세의 이유를 찾았다. 실제 송명근의 2라운드 공격 성공률은 54.44%로 상승했다. 이 정도면 한 팀의 주공격수 체면을 세우기에 모자람이 없는 수치다.
김세진 감독의 지도, 세터 이민규의 좋은 토스도 송명근의 상승세를 이끄는 원동력이지만 스스로 배움을 찾는 자세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했음에도 다른 선수들의 기술에 항상 열려 있다. 그만큼 욕심도 많다. 송명근은 최근 훈련에서 팀 선배들인 심경섭과 강영준의 스파이크를 유심히 본다. 자신과 다른 유형의 선수들이지만 작은 것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송명근은 “경섭이형은 직선을 잘 때리고, 영준이형은 크로스를 잘 때린다. 가끔 그 기술을 물어본다. 그러다보니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이처럼 계속해서 배구 시야를 넓혀가고 있는 송명근이 점점 완전체 선수로 진화하고 있다. OK저축은행과 대한민국 배구계의 미래도 덩달아 밝아지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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