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 포수 강민호에게 가슴 위 태극마크는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처음 발탁된 뒤 올해로 10년 째, 숱한 대회를 거치면서 아픔도 많았지만 그만큼 또 성장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결승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미국에까지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대표팀에 박경완, 진갑용 등 기라성같은 선배가 있었을 때는 눈과 귀로 쫓기 바빴던 강민호였지만, 이제는 대표팀에서 고참급 야수가 됐다. 주전포수로 처음 대회를 홀로 치렀던 2013년 WBC는 강민호에게 아픔이다. 당시 3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던 강민호는 9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수비에서도 실책을 범했다.
그래서 강민호에게 이번 대회가 더욱 중요했다. 이제는 대표팀에 선배보다는 후배가 훨씬 많다. 양의지와 함께 대표팀 포수를 맡았는데, 강민호가 계속해서 선발 출전하고 있다. 해외 언론에서는 '한국 대표팀에 35홈런을 친 포수가 있다'고 강민호를 소개한다. 그렇지만 강민호는 "안타 못 쳐도 좋으니 점수를 안 내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잡는다.

이제는 대표팀 경력이 적지 않기에 어떤 식으로 투수들을 이끌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강민호다. 몇 번 호흡을 맞췄던 김광현과는 큰 문제가 없다. 그리고 도미니카 공화국전 선발로 나왔던 장원준은 더 문제될 게 없었다. 입단 동기이자 친구인 장원준과는 이미 롯데에서 10년이나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기 때문이다. 강민호는 나머지 투수들도 능숙하게 리드하며 이번 대회를 이끌고 있다.
특히 장원준과 1년 만에 재회하게 된 것에 감회가 새로운 강민호다. 그는 "원준이야 따로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그냥 해왔던대로, 편하게 했다"면서 "(롯데에서 같이 호흡을 맞췄을 때와 비교해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역시 좋은 투수"라고 엄지를 세웠다.
해외 언론에서는 '35홈런 포수'로 강민호를 소개하지만, 정작 본인은 수비형 포수를 자처하고 있다. 대표팀에서 홈런을 칠 선수는 본인 말고도 적지 않으니 포수로서 본분에 힘쓰겠다는 이야기다. 이번 조별예선에서 한국은 도미니카 공화국,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과 잇따라 만난다. 경험이 풍부한 강민호는 "남미 선수들은 아예 빠르거나 아예 느린 공은 타이밍을 잘 맞춘다. 그래서 어중한간 속도의 공을 주로 구사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로에 대한 정보가 적은 국제대회는 타자보다는 투수가 더 유리하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중남미 야구 강국 대표팀에는 현역 메이저리거는 없지만 타격에 강한 선수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강민호의 말처럼 빠른 공은 본능적으로 잘 치는 타자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강민호는 직구위주의 피칭 보다는 변화구를 섞는 리드를 하고 있고 그게 지금까지는 잘 통하고 있다. 도미니카 공화국전 10-1 승리, 베네수엘라전 13-2 승리 모두 실점이 적었다.
강민호는 "중남미 타자들은 공격적이다. 그래서 맞더라도 변화구로 맞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직구는 보여주는 공으로 쓰고, 결정구로 변화구를 택했다. 힘대 힘으로 맞붙으면 밀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도미니카 공화국전에서 장원준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베네수엘라전 이대은은 포크볼을 주로 구사했다.
강민호의 이번 대회 목표는 하나, 실점이 적은 경기다. 그는 "내가 안타를 치지 못해도 좋다. 그저 지금처럼 점수 많이 안 주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점수를 안 주면서 버티는 야구를 하는 게 이번 대회 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cleanupp@osen.co.kr
[사진] 타이베이(대만)=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