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넥센)의 부진이 심상찮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프리미어12 대표팀의 5번 타자로 활약 중인 박병호는 12일까지 타율 1할6푼7리(12타수 2안타) 1득점 1도루에 머물렀다.
8일 일본전서 4타수 2안타로 선전했으나 11일 도미니카공화국전(5타수 무안타)과 13일 베네수엘라전(3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 모두 침묵을 지켰다. 박병호 이름 석 자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박병호만 제 모습을 되찾는다면 대표팀 타선은 완전체가 될 전망. 그만큼 박병호의 타격감 회복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부담감을 떨쳐냈으면 좋겠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은 박병호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두 번째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박병호가 그동안 남미 대표팀과 경기할 기회가 없다 보니 경험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경기를 하면 할수록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너무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3번 김현수와 4번 이대호가 있으니 마음의 짐을 나눴으면 좋겠다. 어차피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 대표팀 역대 최고의 중심 타선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남은 경기에서 제 몫을 해주리라 믿는다".
이승엽은 이어 "메이저리그 진출 등 아무래도 부담이 있겠지만 주변에서 어떻게 해줄 수 없다. 박병호 스스로 본인이 처한 상황을 잘 이겨내고 앞에 이대호가 있으니 뒤에서 잘 받쳐주면 된다. 너무 부담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이승엽은 예선 7경기 타율 1할3푼6리(22타수 3안타)로 부진했다. 득점 찬스마다 무기력하게 물러나기 일쑤. 하지만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정말 중요할때 딱 한 번만 해주면 된다"고 이승엽을 향한 무한 신뢰를 보냈다.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졌던 이승엽은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2-2로 맞선 8회 1사 1루에서 일본 대표팀의 좌완 특급 이와세를 상대로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투런 아치를 터뜨렸다.

당시 이승엽은 방송 인터뷰를 통해 "너무 미안하다. 4번 타자가 너무 부진해서 미안했다. 후배들에게 너무나 중요한 경기였는데 홈런으로 만회한 것 같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승엽은 쿠바와의 결승전에서도 선제 투런 아치를 쏘아 올리며 영웅의 힘을 보여줬다.
김인식 감독 역시 "잘 치다가도 중요할 때 못 치는 선수들이 있고 못 치다가 결정적인 찬스에서 쳐주는 선수들도 있다. 이승엽이 그러지 않았는가"라고 박병호가 언젠가는 제 몫을 해주리라 굳게 믿었다. 한국 대표팀은 오는 14일 멕시코와 맞붙는다. 국민타자의 열렬한 응원을 받고 있는 박병호가 침묵을 깨고 국민 거포의 힘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