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김태형 감독, “김현수, 계약 잘 해서 같이 했으면 좋겠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5.11.13 13: 44

선수를 향한 감독의 애타는 마음을 그 누가 알리오.
감독 부임 첫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김태형(48) 두산 베어스 감독은 영광의 순간을 뒤로한 채 요즘 두산 외야수 김현수(27)의 거취에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록 두산 구단이 올 시즌 후 FA 신분이 되는 김현수를 “반드시 잡겠다.”고 공언을 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결정은 선수가 하는 것. 게다가 김현수가 메이저리그나 일본 무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야말로 섣부른 장담을 하기 어려운 노릇이다.
그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직 구단이 김현수에게 의사 타진조차 하지 못한 상태여서 ‘프리미어12’ 대회가 끝나고 귀국한 뒤에나 협상이 가능한 상황이다.

두산 선수단은 11월 1일부터 한 달 예정으로 일본 미야자키에서 가을훈련을 하고 있다. 대표 팀에 발탁된 선수들과 한국시리즈에서 뛰었던 대부분의 선수들은 빠져 있다. 우승 뒤 외부 일정을 소화하기에 분주했던 김태형 감독은 느닷없는 통풍으로 치료를 받느라 15일에야 미야자키로 갈 예정이다.
김 감독은 “지난 일요일(8일) 밤에 자다가 엄지발가락마디 부위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그 동안 무리를 하는 바람에 갑자기 통풍이 생긴 것 같다”며 근황을 전했다.
두산 선수단은 현재 3갈래로 나뉘어 있다. 김현수 등 대표팀에 7명이 들어가 프리미어12를 치르고 있고, 미야자키에는 2진들 위주로 진행되고 있지만 한용덕 투수코치가 이현호와 진야곱, 노경은 등 주전투수들도 훈련시키고 있고 오재일이나 김재환 같은 타자들도 합류해 있다. 그밖에 주전 선수들은 국내에서 아픈 부위를 체크하고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김현수 재계약 문제와 관련, “당연히 필요한 선수이고, (우승 뒤에) 김현수한테 ‘네가 알아서 잘 하겠지만 (계약을) 잘 해서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정도로만 말을 해놓았다. 사장과 단장이 잡아주겠다고 했으므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외부 FA라면 간청을 하겠지만 그럴 수도 없고...”라고 말했다. 덤덤하게 말했지만 내년 시즌을 생각하면 몸이 달수밖에 없는 것이 감독의 처지다. 
김태형 감독은 홍성흔 등 일부 선임 선수들을 가을철 훈련에 넣지 않았다. 대신 베테랑 선수들은 스스로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추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진다. 억지로 끌고 가지 않는 대신 감독의 눈높이에 맞춰 후배들과의 경쟁 이겨내야 한다는 뜻이다. 
“홍성흔 같은 노장들은 본인이 느껴야 한다. 홍성흔의 경우 힘은 젊은 선수들에게 아직 안 뒤진다. 올해 준비를 잘 해서 전성기 때 기량 나온다면 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내년 시즌에는 젊은 선수들과 똑같이 시작해서 이겨내야 한다.”
김 감독은 내년 시즌까지 2년 계약이다. 누구라 할 것 없이 계약 마지막 해는 여러모로 부담이 가중된다. 특히 성적을 내지 못한 감독은 더욱 그러하다. 2001년 이후 올해 팀을 14년 만에 정상에 올려놓은 김 감독은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선수단 장악과 통솔에 애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계약 연장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그와 관련, 김승영 두산 사장은 “우리 구단은 감독 계약 기간 중에 연장 계약을 하지 않는다. 김태형 감독은 올해 우승으로 구단과 신뢰가 충분히 쌓였다. 내년 시즌 후 재계약을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감독은 “구단이 (연장)계약을 해주고 안 해주고를 떠나 감독으로서 내년에 재평가를 받으면 된다. 계약 연장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더 중요하다. 부담이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 노력을 할 것이다.”고 정리했다. 
두산은 올해 정규리그 상위권에 오른 다른 구단들에 비해 외국인 선수들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다. 투수만 놓고 비교해 보자면, 삼성은 피가로와 클로이드 두 투수가 24승, NC는 다승왕 해커(19승), 스튜어트, 찰리가 31승을 올렸지만 두산은 니퍼트, 마야, 스와잭이 13승에 그쳤다. 그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김태형 감독은 경이로운 지도력을 발휘, 끝내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경기도중 좀체 표정을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김태형 감독은 특히 포스트 시즌 들어 과감, 대담한 작전을 구사하면서 상황에 따라 강, 온 양면전략을 펼쳐 선배 감독들을 무안케 했다.
한국시리즈를 돌이켜 보자. 두산 선수들은 이상하리만치 여유를 부렸다. 덕 아웃에서 선후배들끼리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서로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 자주 보였다.
“저희는 부담이 없었잖아요.  감독 조언은 ‘편하게 하자’는 것밖에 없었어요. 초보 감독으로 부담 가질 게 없었고, (홍)성흔이가 앞에서 잘 이끌었고, 운도 좋았지요.”
올 시즌 두산의 가장 큰 수확은 허경민과 박건우의 발굴, 육성이다. 김태형 감독도 두 선수의 활약을 기꺼워했다. 
“허경민은 이제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아쉬운 것은 1루수 부분이다. 김재환과 오재일이 (일정한 수준을) 못 넘어섰다. 치열하게 붙여보려고 했는데, 둘 다 좋은 재능을 지녔지만 기질이 약한 듯하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외국인 투수 니퍼트의 활약이 큰 도움이 됐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김 감독은 다소 뜻밖으로 니퍼트에 대해 신뢰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
“니퍼트는 못 믿겠다. 한국시리즈 마지막 날(5차전) 때도 공이 가는 게 달랐다. 내년에도 시즌 중 몸이 아프다고 할까봐 걱정된다. (니퍼트는) 워낙 수가 좋은 친구다. 도중에 아프다고 하면 어쩌겠나. (올 시즌) 마지막에는 보여줬는데 안 잡을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최대한 옵션을 넣어 계약을 하되 만약 시즌 들어가 안 되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김 감독의 말 속에 올 시즌 외국인 선수들로 인한 심한 마음고생이 읽힌다. 두산이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를 제대로 보강한다면, 올해 우승 경험이 큰 자산이 돼 계속 강팀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포스트 시즌에서 맹활약했던 외야수 정수빈도 구단으로선 다행스럽게도 군 입대를 1년 늦추기로 했다고 한다.
“정수빈이 1년 더 있다가 간다고 한다. 군 복무 1년 뒤 FA를 하는 것으로 진로를 잡은 모양이다. 우리 팀은 1루가 여전히 문제다. 오재일, 김재환과 수비는 좀 뒤지지만 타격 컨택 능력이 좋은 유민상도 있다. 셋 중에 누군가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김태형 감독은 포스트 시즌 들어 별 도움이 안 됐던 투수 진야곱을 옹호했다. “얻어맞았지만 걱정할 부분 아니다. 너무 정면 승부를 하고 강약조절과 테크닉이 안 좋아서 그렇지만 달라져야 한다. 노경은과 진야곱은 일단 선발 수업을 시켜놓고 시즌 때 상황에 따라 기용할 것이다.”
김 감독의 머리에는 내년 시즌에 대한 이런저런 구상으로 가득 차 있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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