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을 3년 연속 통합 챔피언으로 만든 존프레싱 압박수비는 올 시즌에도 무적인 것일까.
춘천 우리은행 한새는 13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개최된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에서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를 로 물리쳤다. 3승 1패의 우리은행은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2승 2패의 신한은행은 삼성생명, KDB생명, KEB하나은행과 함께 공동 2위가 됐다.
신한은행은 김규희, 윤미지, 김단비, 신정자, 게이틀링으로 장신라인업을 구성했다. 높이로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겠다는 계산이었다. 반면 우리은행은 이은혜, 박혜진, 박언주, 양지희, 스트릭렌으로 선발명단을 짰다. 높이보다 스피드로 승부한다는 전략이었다. 양 팀의 전술이 상반됐다.

우리은행은 전반전을 28-37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게이틀링과 신정자의 높이를 막지 못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 위성우 감독이 아니었다. 우리은행은 3쿼터 기습적인 하프코트 함정수비로 승부를 걸었다. 한 명의 수비수가 드리블러를 강하게 압박해 한 쪽으로 몬다. 이 때 또 다른 선수가 도움수비를 와서 하프라인과 엔드라인에 만든 함정에 상대를 가둔다. 알면서도 당하는 필승전략이다. 당황한 신한은행은 실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28-37로 뒤지며 후반전을 시작한 우리은행은 단 7분 만에 59-39로 승부를 뒤집었다. 우리은행의 강력한 필살수비로 무려 5회 연속 공격권을 찾아왔다. 우리은행은 3쿼터에만 무려 27-8로 앞서 경기를 뒤집었다. 운명을 가른 3쿼터였다.
경기 후 정인교 감독은 “오늘 같이 존 프레싱에 선수들이 그렇게 나오면 (하프코트를) 넘어오는 연습을 해야 한다. 안고 가야 할 부분”이라며 실망감을 보였다. 우리은행이 이미 3년 전부터 노출한 압박수비를 깨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다는 반응이었다. 선수들이 이만하면 알아서 깨우칠 때가 됐다.
위성우 감독은 이승아를 넣어 압박수비를 한 것이 주효했다. 위 감독은 “3~4년을 맞춰온 사이라 잘 맞았던 것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선수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이 돼 있었다.
선수들도 척하면 척이다. 이승아는 “들어가서 수비만 신경 쓰자고 했다. 그래서 수비적인 부분에서 잘됐다. 게임을 보면서 내가 들어가서 어떻게 할지 (이)은혜 언니가 안 되는 부분을 내가 들어가서 뭘 할지 계속 생각한다. 2쿼터 5분 정도 되면 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혜진은 “존프레스를 쓰는 자체가 체력소모가 심하다. 스틸을 하거나 득점이 연결되면 힘든 것도 모르고 신이 나서 붙는다. 골을 먹으면 맥이 빠져서 힘만 들 뿐이다. 오늘은 붙었는데 스틸도 나오고 수비가 잘되니 신이 나서 했다”며 웃었다.
승부처에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한 우리은행은 4쿼터 신한은행의 추격을 따돌렸다. 위성우 감독의 승부사 기질과 우리은행의 집중력이 다시 한 번 효과를 발휘한 승부였다. 하지만 체력부담이 심한 존프레싱은 많이 쓸 수 없는 비장의 무기다. 과연 우리은행의 필승전략을 깰 수 있는 팀이 나올 지 궁금하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W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