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트레이드 시장에 등장한 알더렐튼 시몬스(26)가 LA 에인절스의 마음을 홀렸다. 큰 대가를 치르기는 했지만 그의 수비력은 지나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4년간 그가 보여준 수비 지표를 놓고 보면 ‘압도적’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LA 에인절스와 애틀랜타는 13일(이하 한국시간) 시몬스를 주축으로 한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에인절스는 당대 최고의 유격수 수비를 자랑하는 시몬스와 포수 호세 브리세노를 받는 대신 우완 크리스 엘리스, 유격수 에릭 아이바, 좌완 션 뉴컴을 애틀랜타로 보냈다. 여기에 약 300만 달러 정도의 현금도 같이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이드설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거래가 성사되자 메이저리그(MLB)는 발칵 뒤집혔다. 양쪽 모두 파격적인 카드를 내놨기 때문이다. 애틀랜타는 팀 리빌딩의 주축이자 구단 친화적인 계약이 5년(5300만 달러)이나 남은 시몬스를 내놨다. 반면 에인절스는 수비에서의 구멍을 확실히 메우는 대신 뉴컴과 엘리스라는 팀 내 마이너 최정상급 투수를 내놓는 출혈을 감수했다.

빌리 에플러 에인절스 단장은 트레이드가 성사된 후 “당초 유격수 영입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시몬스가 트레이드 시장에 나왔다는 소리를 들었고 이는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만큼 시몬스라는 선수가 매력적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시몬스는 MLB 통산 4년간 타율이 2할5푼6리, OPS(출루율+장타율)는 0.666로 공격에서는 평범한(?) 선수다. 결국 수비에 중점을 둔 보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몬스의 수비력이 에인절스의 눈을 멀게 했을 만큼 매력적이었을까. 어느 정도는 ‘그렇다’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아직 20대 중반의 나이지만 시몬스는 당대 최고의 수비수로 손꼽힌다. 그는 2013년과 2014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2014년과 올해는 ‘윌슨 디펜시브 플레이어’의 주인공이었다. 세이버매트릭스 상의 세부 숫자를 보면 입이 벌어진다. 2위와의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같은 공간에서 뛴 세계 최고 선수들끼리 이렇게 격차가 클 수 있나 싶을 정도다.
시몬스가 MLB에 모습을 드러낸 2012년 이후,4년간 그의 DRS(Defensive Runs Saved, 수비수가 실점을 얼마나 방지했는지에 대한 지표)는 무려 113이었다. 이는 2위인 제이슨 헤이워드(외야수, 92)에 비해 무려 21이나 앞선다. 유격수만 놓고 보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2위는 올해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를 차지한 브랜든 크로포드(샌프란시스코)로 42다. 시몬스와 무려 71의 차이가 난다. 트레이드 맞교환 대상자가 된 아이바는 지난 4년간 -10의 DRS를 기록했다. 에인절스는 이번 시몬스의 영입으로 엄청난 실점을 방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비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dWAR)에서는 15.2를 기록했다. 수비로만 4년간 15승을 더 챙겨줬다는 의미다. 이는 2위 로렌조 캐인(캔자스시티, 8.7)의 1.75배에 이르며 역대급 수비수인 '마술사' 아지 스미스가 1985년부터 1989년까지 기록한 14.6도 뛰어 넘는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3·유간은 철통이다. 시몬스는 지난 4년간 이 코스에 있는 공을 리그 평균보다 83번이나 더 처리했다. 빠른 타구판단, 넓은 수비범위, 완벽한 연결동작, 그리고 강한 어깨가 모두 받쳐줬기에 가능했다. 역시 2위 알렉세이 라미레스(42회+)와 배에 가까운 차이가 난다.
다만 갈수록 에인절스는 재정적인 부담이 될 수는 있다. 시몬스는 앞으로 5년간 5300만 달러의 계약이 남아있는데 마지막 2년간 2800만 달러(2019년 1300만 달러, 2020년 1500만 달러)를 받는다. 처음 3년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 후 다시 트레이드될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것이다. 에인절스는 2020년 마이크 트라웃에 3325만 달러, 알버트 푸홀스에게 29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결국 에인절스도 모험은 모험인 셈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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