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은 B조 조별예선 2차전인 지난 11일 도미니카 공화국전에서 경기 초반 고전을 했다. 삿포로돔 영패 이후 한국은 도미니카 공화국을 상대로도 6회까지 무득점으로 막히다가 7회가 돼서야 공격의 혈이 뚫렸다.
타격만큼은 과거 대표팀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았던 이번 대표팀을 묶어 놓은 투수는 바로 도미니카 공화국 좌완투수 루이스 페레스(30)였다. 페레스는 한국 타선을 상대로 6회까지 딱 안타 하나만 내주면서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워낙 경제적인 투구를 한 덕분에 6회까지 페레스의 투구수는 단 66개였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10-1로 역전승을 거뒀는데, 만약 페레스가 더 길게 던졌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그만큼 한국 타자들은 페레스의 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최고구속은 150km에 조금 못미치지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조합은 한국 타자들을 농락하기에 충분했다. 도미니카 공화국 미겔 테하다 감독이 그를 일찍 교체한 것이 결국은 한국에 승리요인이 됐다.

이 때문에 페레스는 외국인 투수 선발을 위해 대만을 찾은 KBO 리그 스카우트들의 레이더망에 잡혔다. 일단 한국 타자들에게 통하는 건 확인했고, 현재 FA 신분이기 때문에 영입에 큰 돈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메이저리그 등판 경험은 있지만, 이후 수술로 빅리그 복귀는 못하고 있어 연봉 역시 크게 비싸지 않은 선수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 역시 페레스의 KBO 리그 진출 확률에 대해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나. 스카우트들이 확인할 것"이라면서 "우리랑 할 때 정도로 던진다면 어느 팀에서든 데려가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페레스 영입에는 위험 부담이 따른다. 건강 상태다. 그는 2012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고, 2014년에는 웃자란 팔꿈치 뼈를 깎는 수술을 받았다. 그 때문에 2013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3년 동안 소화한 총 이닝이 84이닝(메이저리그 5이닝, 마이너리그 79이닝)밖에 안 된다. 그나마 올해가 돼서야 본격적으로 공을 던졌는데, 그마저도 66이닝만 소화했고 선발등판은 3번뿐이었다.
두 번째는 이닝 소화력이다. 구위만 놓고 본다면 페레스는 KBO 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관건은 이를 얼마나 길게 유지할 수 있느냐다. 단기전이 아닌 리그는 꾸준히 등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국인 투수는 적어도 25경기 150이닝은 소화해야 한다. 최근 소화 이닝이 적은 페레스는 모험수가 될 수 있다.
A구단 관계자는 "페레스를 구단이 영입하는 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최근에 많이 안 던졌던 투수고, 이닝을 얼마나 소화해줄지 알 수 없다. 더군다나 KBO 리그는 외국인선수 보유제한이 있어 (보험용으로) 선수를 영입하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분명한 것은 프리미어12 대회가 열리고 있는 대만에는 원석들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한국이 만날 상대 중 미래 KBO에서 재회할 선수가 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이 부분에 집중한다면 이번 대회를 보는 색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cleanupp@osen.co.kr
[사진] 타이베이(대만),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