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28, SK)에게 2015년은 선수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베테랑 박진만의 그늘에서 벗어나 팀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굳혔다. 129경기에서 규정타석을 채워 타율 2할9푼7리라는 남부럽지 않은 성적을 내기도 했다. 전반기 많았던 실책이 옥의 티였지만 후반기에는 그런 모습도 사라졌다. 이제 SK 내야에 김성현은 빼놓을 수 없는 이름 석 자가 됐다.
그러나 차분히 한 시즌을 돌아본 김성현은 “겉으로 드러난 성적만 그렇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가장 힘들었던 시즌”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타격에서는 뛰어난 성적을 냈지만 수비에서 여전히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 첫 번째 이유다. 그리고 발목 부상을 안고 뛰느라 말 못한 고충을 겪은 것이 두 번째다. 팀의 시즌이 마감되는 순간, 잊고 싶은 장면을 자초한 것도 잊을 수 없는 일이다. 며칠 동안 집 바깥으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았을 정도로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다.
어렵게 말을 뗀 김성현은 “초반에 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아쉽다”라고 돌아봤다. 심리적으로 흔들리며 수비가 무너졌다. 김성현의 수비력은 팀 내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수비가 약하지 않은 선수가 2년 연속 전반기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자책감이 크다. 어쩌면 김성현은 확실한 주전 유격수로 더 빨리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 버렸던 셈이다.

사실 수비에서의 불안감은 좋지 않았던 발목 상태와도 연관이 있었다. 김성현은 “시즌 초반에 도루를 하다가 발목을 다쳤다. 처음에는 테이핑을 하지 않으면 뛰지 못할 정도였다”라고 털어놨다. 뛰다 보니 상태가 좋아지는 것 같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는데 끝나고 정밀 검진을 받아보니 인대와 뼈에 다소간 손상이 있었다. 심리적인 문제, 몸 상태에서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 시즌 초반 부진으로 이어졌다. 만약 김성현이 후반기 모습을 전반기에도 보여줄 수 있었다면, SK의 올 시즌 성적도 사뭇 달라질 수 있었다.
내년에는 이와 같은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김성현은 발목 치료를 어느 정도 마치고 마무리캠프에 합류해 조용히 시즌을 마무리하고 있다. 격렬한 운동은 소화하지 못하고 있지만 웨이트·러닝·타격·수비 등 팀의 기본적인 운동은 꼬박꼬박 소화하며 몸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제 박진만이 은퇴를 선언해 SK는 김성현에 기대는 몫이 절대적으로 커졌다. 김성현도 그런 무게감을 실감하면서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김성현은 “내년에는 아프지 않는 것이 첫째 목표다. 그리고 경기에 나갈 때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공격보다 수비에 중점을 두는 기조는 여전하다. 김성현은 “무조건 수비다”라고 이야기하면서 “후쿠하라 코치님은 예전에도 항상 내 편에서 응원을 해주신 분이다. 힘들게 시키는 스타일이시라 걱정은 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훈련 소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발목 상태에 만전을 기하는 것도 내년부터 있을 맹조련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좀 더 발전하고 싶은 부분은 힘이다. 계속된 질문에 잠시 생각하던 김성현은 “내가 도루를 5개 더 한다고 해서 팀에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라고 입을 떼더니 “좀 더 힘을 길렀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은 빗맞은 타구가 넘어가는데 나는 잘 맞은 타구도 외야 뜬공이 되더라. 홈런 타자로 변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잘 맞았을 때 외야수 키를 넘길 수는 있을 정도의 힘은 갖춰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넌지시 방향을 설명했다. 최악의 1년을 털고 일어선 김성현이 이제는 그 기억을 지워버리기 위한 길에 들어섰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