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도 너무 잘한다. 김기윤(25, KGC)이 확 달라졌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14일 오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KCC 프로농구 3라운드에서 서울 삼성을 96-90으로 눌렀다. 5연승을 달린 3위 KGC는 2위 모비스(13승 6패)를 두 경기 차로 추격했다. 4연패에 빠진 삼성(9승 11패)은 공동 7위로 추락했다.
최근 2경기서 김승기 감독대행은 김기윤이 평균 28분을 뛰도록 했다. 주전가드 박찬희보다 많은 출전시간이다. 경기초반 파울을 불사한 끈질긴 수비로 상대 앞선을 흔들라는 지령이 떨어졌다. 김기윤은 찰거머리 수비로 상대 가드진을 괴롭히는 중이다. 김승기 감독이 김기윤을 빼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슈팅이 너무나도 좋기 때문이다.

김기윤은 10일 KCC전에서 프로데뷔 후 최다인 21점을 폭발시켰다. 6개를 던진 2점슛은 모두 림에 꽂혔다. 3점슛도 고비 때마다 3방이 터져 나왔다.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김기윤은 14일 삼성전에서 23점을 올리며 불과 나흘 만에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5개를 던진 3점슛은 모두 성공됐다. 2쿼터 종료와 함께 균형을 잃으면서 던진 3점슛도 모두 성공이었다. 막판 삼성이 파울작전을 했지만 김기윤이 자유투 4구를 모두 넣었다.
알고 보니 ‘터보가드’의 혹독한 조련이 있었다. 김승기 감독대행은 김기윤의 활약이 당연하다는 평가다. 김 대행은 “여름에 김기윤이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 혹독하게 훈련을 시켰다. 김기윤이 형들 앞에서 대성통곡을 많이 했다. 내 덕분에 근성이 좋아졌다. 우리 팀에서 슛 연습을 가장 많이 하는 선수”라며 칭찬을 했다.
김기윤은 나흘 만에 갈아치운 최다득점에 대해 “나한테 찬스가 와서 자신 있게 던졌다. 좋은 결과가 있었다. 던져서 마음에 들 때까지 슛 연습을 했다. 많을 때는 두 시간 정도 했다”고 수줍게 웃었다.

김승기 대행의 지옥훈련을 이겨낸 김기윤은 달라졌다. ‘재수 없게’ 예쁘게만 농구하려 한다는 감독의 혹평에서 벗어났다. 김기윤은 “감독님이 수비적극성을 강조하신다. 상대 가드를 압박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공격에서도 좋은 모습이 나온다. 정신적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비시즌 많이 혼나면서 끝까지 하는 버릇을 배웠고, 하지 말아야 할 습관을 고쳐나갔다”고 말했다. 곱상한 꽃미남에서 상남자가 다됐다.
실력이 늘어나며 인기도 높아졌다. 김기윤은 “형들에게 예쁨을 많이 받는 것 같다. 확실히 선물개수는 늘어났다”고 웃었다. 김기윤이 맹활약하면서 KGC는 로테이션에 여유가 생겼다. 박찬희가 13분을 뛰어도 이기는데 큰 지장이 없었다. 김승기 감독대행은 상대에 따라 박찬희와 김기윤을 교대로 넣을 계획이다.
데뷔시즌 김기윤은 3.6점, 2.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9.2점, 3.2어시스트로 기록이 대폭 좋아졌다. 경기당 0.7개를 넣던 3점슛은 1.3개로 늘어났다. 이만하면 올 시즌 기량발전상 후보에 김기윤을 1순위로 놔도 무방할 것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실내체=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