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는 도깨비 팀이야." 김인식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당초 멕시코는 선수구성에 어려움을 겪은데다 돈까지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회 출전을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WBSC에서 페널티를 줄 수 있다고 하자 참가를 선언해 대만으로 날아왔다. 야구강국인 멕시코지만 이번 대회에는 경력이 많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 주로 출전했다.
멕시코는 지난 10일 베네수엘라와 가진 1차전에서 6-4로 승리를 거두며 만만찮은 전력을 과시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인데, 11일 일본전에서 의외로 선전을 펼치며 한국의 경계대상으로 떠올랐다. 멕시코는 일본 대표팀 원투펀치인 마에다 겐타를 상대로 5이닝 동안 2점을 뽑아냈고, 5-5 동점으로 계속 괴롭히다 9회말 나카타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5-6으로 패했다. 12일 미국전에서는 허무하게 졌다. 0-10으로 8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하면서 산발 4안타에 그쳤다.

그래서 14일 한국과 멕시코전은 많은 의미를 가졌다. 한국은 이날 멕시코를 잡으면 8강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단순히 전력만 놓고 본다면 한국이 앞서지만, 앞서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여준 멕시코라 방심은 금물이었다.
실제로 이날 멕시코는 경기 초반 선발투수가 무너지면서 쉽게 경기를 내주나 싶었다. 한국은 1회 김현수의 2루타로 2점, 2회 정근우의 2루타로 1점을 냈고 3회에는 박병호의 홈런포까지 터지며 4-0으로 앞서갔다.
하지만 멕시코가 반격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국이 4회 1사 1,2루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득점에 실패하고, 5회에는 1사 1,2루에서 강민호가 병살타로 물러났다. 6회 역시 선두타자 김재호가 출루했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반면 멕시코는 3회 볼넷 1개와 3루타, 그리고 희생플라이로 가볍게 2점을 냈고 5회에는 포수 강민호의 송구실책 속에 1점을 더 따라갔다.
특히 멕시코 두 번째 투수 헤라르도 산체스가 호투를 펼쳤다. 선발 세자르 카리요는 3이닝 4실점으로 물러났지만, 산체스는 3⅔이닝동안 한국 타선을 3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4-3, 한 점차 리드를 지킨 건 한국 마운드의 힘이었다. 특히 차우찬은 3이닝동안 아웃카운트 9개 중 8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괴력을 뽐내며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정대현 역시 국제대회 활약을 이어가며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덕분에 한국은 승리를 거두고 3승 1패로 조 3위를 확보,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cleanupp@osen.co.kr
[사진] 타이베이(대만)=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