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는 우려대로 ‘도깨비 팀’이었다. 8강 탈락의 위기에서 한국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한국은 이런 멕시코의 추격을 뿌리쳤다. 6이닝을 자책점 없이 틀어막은 계투진이 그 중심에 있었다.
한국은 14일 대만 티안무 구장에서 열린 ‘WBSC 프리미어12’ 멕시코와의 예선 네 번째 경기에서 4-3으로 이기고 3승째를 신고했다. ‘1차 목표’인 3승을 달성한 대표팀은 이로써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8강 진출은 확정지었다. 한국은 15일 미국과 마지막 경기에서 조 2위 가능성을 타진한다.
지난 도미니카전과 베네수엘라전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활활 타올랐던 타선은 이날도 초반부터 터졌다. 1회 상대의 실책성 플레이를 등에 업고 2점, 2회 정근우의 적시타로 1점을 낸 한국은 4회 그토록 기다리던 박병호의 대포까지 터지며 4-0으로 앞서 나갔다. 경기가 쉽게 풀리는 듯 했다. 그러나 선발 이태양이 3회 멕시코에게 2점을 내주며 아슬아슬한 승부가 시작됐다.

이에 대표팀은 예상보다 빨리 승부를 걸었다. 체력이 충분히 비축된 계투진을 총동원해 멕시코의 추격을 막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4회를 무실점으로 막은 두 번째 투수 임창민이 5회 1사 후 마시아스에게 안타를 맞았고 대표팀은 ‘믿을맨’인 차우찬을 투입했다. 그러나 차우찬은 2사 1,2루에서 마시아스의 3루 도루를 저지하려던 강민호의 송구 실책으로 1점을 더 내줬다.
그러나 이후로는 거의 완벽한 모습이었다. 차우찬은 이어진 2사 2,3루에서 토레스를 삼진으로 처리하고 불을 껐다. 그리고 6회와 7회까지 아웃카운트 6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는 괴력을 선보이며 1점차 리드를 이어나갔다. 대표팀 타선이 몇 차례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8회까지 무득점에 그쳤지만 이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은 차우찬이 8회 1사까지 엄청난 역투를 이어가며 그 부진을 상쇄할 수 있었다.
54개의 공을 던지며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한 차우찬에 이어 8회 1사에는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정대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극강의 잠수함인 정대현도 깔끔했다. 토레스를 투수 앞 땅볼로, 드라케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아웃카운트 2개를 공 3개만에 잡아냈다.
여전히 4-3의 스코어가 이어진 채 9회에 들어선 대표팀은 다시 위기를 맞았다. 정대현이 선두 소사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준 것. 이어 로페스의 희생번트로 동점 주자가 득점권에 나갔다. 안타 하나면 어렵게 지켜왔던 리드가 날아가는 상황. 불펜에는 정우람과 이현승이라는 왼손 자원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하지만 정대현은 페나를 3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좌타자 플로레스를 맞이해 좌완 이현승이 마지막 남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지우고 진땀승을 완성시켰다. 6이닝 동안 투수 교체가 비교적 무난하게 이어진 경기였다.
[사진] 타이베이(대만)=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