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이 기대 이상의 필승조를 구축하고 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프리미어12를 앞두고 불펜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최종 엔트리에서 주축 투수들 몇 명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마무리 투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투수 중에선 태극마크를 처음 단 선수만 8명. 불펜 자원 중에선 조상우, 조무근, 심창민 등 젊은 선수들과 임창민, 이현승, 정우람까지 총 6명이 처음 성인 대표팀으로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쿠바와의 평가전 때만 하더라도 고민이 많았던 대표팀이지만 그 걱정을 하나씩 덜고 있다. 필승조는 경기를 치르면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고 있다. 일본과의 개막전에선 조상우-차우찬-정우람-조무근이 차례로 등판했다. 추가로 3실점했으나 일본 타자들을 상대로 나쁘지 않은 피칭을 했다. 사실 이후 경기에선 필승조의 위력을 확실히 점검할 기회가 적었다. 타선 폭발로 큰 점수 차가 났기 때문.

도미니카전에선 선발 장원준이 7이닝(1실점)을 잘 막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2-1로 앞선 8회에는 타자들이 대거 5득점을 추가하며 점수 차를 벌렸다. 마무리를 가동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으나 정대현, 이현승 더블 스토퍼를 나란히 투입했다. 일종의 점검이었는데, 정대현은 세 타자에게 공 9개를 던지며 완벽히 막았다. 10-1로 앞선 9회에 등판한 이현승도 공 9개로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았다. 문제없는 첫 등판이었다.
베네수엘라전 역시 큰 점수 차가 났다. 5회까지 10-2로 크게 앞섰고, 6회부터는 우규민, 이태양이 처음 등판했다. 이 역시 점검의 차원이었다. 우규민, 이태양이 각각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한국은 13-2로 7회 콜드 게임 승을 거뒀다. 그리고 조별리그 4번째 경기였던 멕시코전은 의외로 가장 힘겨운 경기였다. 일본을 상대로도 5-6 접전을 펼친 멕시코인데, 한국전에서도 집중력이 돋보였다.
점수 차가 벌어지지 않아 한국으로선 불펜을 총 투입해야 했다. 한국은 3회까지 4득점하며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 했다. 하지만 3회말 멕시코가 2점을 따라붙었고, 한국은 3이닝 동안 62개의 많은 공을 던진 이태양을 마운드에서 내렸다. 2번째 투수 임창민은 4회 1안타만을 허용했을 뿐, 첫 이닝을 잘 마쳤다. 5회엔 1사 후 브랜든 마시아스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차우찬에게 바통을 넘겼다.
차우찬은 이날 경기의 주인공이었다. 볼넷으로 1사 1,2루 위기를 맞앗지만 케빈 메드라노를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어 폭투와 강민호의 송구 실책으로 실점했다. 그러나 크게 흔들리지 않고 팀 토레스마저 헛스윙 삼진으로 막았다. 차우찬의 ‘K쇼’는 계속됐다. 6회에도 첫 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했다. 그러나 후속 타자들을 모조리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7회에도 세 타자를 삼진 처리하며 6타자 연속 삼진. 8회 아웃카운트 1개까지 책임졌다.
이어 등판한 정대현은 두 타자를 모두 내야 땅볼로 막았다. 9회에는 움베르토 소사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그러나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사 2루서 헤롬 페나를 3루 뜬공으로 처리했다. 멕시코 타자들은 제대로 된 타이밍에 공략하지 못했다. 마지막 투수는 이현승. 2사 2루서 멕시코가 좌타자 토레스를 대타로 내보내자 한국은 이현승을 투입했다. 그 선택은 적중했다. 이현승은 1구 파울 이후 두 번 연속 떨어지는 변화구로 플로레스를 삼진 처리했다.
기대 이상의 필승조였다. 차우찬은 선발이 일찍 무너진 상황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카드다. 멕시코전에서도 3이닝을 책임지며 무실점. 무려 8개의 탈삼진을 뽑아냈다. 경험 많은 언더핸드 정대현은 특유의 땅볼 유도 능력을 100% 발휘했다. 위기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최대 강점이었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책임졌던 이현승도 마찬가지였다. 성인 대표팀 경험이 처음일 뿐. 여유로운 피칭으로 마무리 걱정을 지웠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