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프리미어12 한국 야구대표팀이 얻은 큰 소득 가운데 하나는 국가대표 유격수 김재호(30)의 발견이 아닐까 싶네요. 이번에 처음으로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김재호는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조별예선 4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빠질 게 없습니다. 원래부터 김재호의 수비야 기본기가 탄탄하기로 이름을 날렸죠.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과 피로가 채 풀리기도 전에 대표팀에 합류했고, 계속해서 좋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9번 타자로 출전하는데, 예선 4경기 10타수 5안타 타율 5할로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죠. 역대 대표팀에서 가장 타율이 높은 9번 타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김재호가 이정도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을겁니다. 2012시즌 김재호의 성적은 84경기 타율 2할1푼5리, 백업 내야수로 수비능력은 인정 받았지만 그 이상 올라가지를 못했었죠. 2004년 두산 1차지명으로 입단할만큼 재능은 인정받았지만 별을 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김재호는 이제 어엿한 한국시리즈 우승팀 주전 유격수이자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입니다. 김재호는 "(강)정호가 안 나왔으니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지금 대표팀에서 가장 뜨거운 남자임에는 분명하죠.
대표팀은 커녕 야구월드컵에도 나가지 못했던 김재호의 유쾌한 반전스토리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야구를 시작한 이후 올해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김재호지만, 그래도 그는 "힘들다고 말할 수 없어요. 이건 행복한거라고 생각해요"라며 활짝 미소를 짓습니다.
이번 대회에 임하는 김재호의 생각은 간단합니다. '수비는 기본, 공격은 보너스'죠. 많은 유격수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김재호는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 엄청나게 많은 보너스를 대표팀에 선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내가 치면 이기는 날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처음 단 선수들은 하나같이 "계속 달고싶다"고 말합니다. 왜 안 그렇겠어요. 야구를 하며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인걸요. 김재호 역시 마찬가지지만 "정호가 오면 이 자리 물려줘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겸손하게 말합니다. 가장 가까운 국제대회는 2년 뒤 WBC, 김재호는 "그때까지 제 자리가 있을까요. 저도 그때는 나이가 많잖아요"라고 물어 보는데요. 지금처럼만 한다면 왜 자리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cleanupp@osen.co.kr
[사진] 타이베이(대만)=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