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 재림’ 고든, 친정 LAD는 "두고 봐"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15 06: 11

디 고든(27, 마이애미)는 잊을 수 없는 2015년을 보냈다. 145경기에 나가 타율 3할3푼3리, 205안타, 58도루를 기록했다. 타율·최다안타·도루에서 내셔널리그 1위를 싹쓸이했다. 발만 빨랐지 다른 부분은 뭔가 어설퍼 보였던 이 유망주는 이제 리그에서 가장 활발한 리드오프 중 하나로 성장했다. 2년 연속 올스타에도 뽑혔다.
그런 고든은 메이저리그(MLB) 역사에서도 큰 이정표를 남겼다. ‘엘리아스 스포츠 뷰로’에 의하면 내셔널리그에서 타격과 도루왕을 동시에 차지한 선수는 전설적인 선수인 재키 로빈슨이 1949년 기록한 후 무려 66년 만이다. 여기에 올해는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에서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까지 싹쓸이하며 상복도 터졌다. 다시 나오기 쉽지 않은 시즌이다.
주로 리드오프로 출전한 선수가 타격·도루·최다안타에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까지 싹쓸이한 경우는 유구한 MLB 역사에서도 딱 한 번밖에 없었던 대업이다. 바로 2001년 MLB에 진출해 동양 야구에 대한 인식을 싹 바꿔버린 스즈키 이치로(42, 마이애미)가 그 주인공이다. 당시 시애틀 소속이었던 이치로는 데뷔 시즌이었던 2001년 타율 3할5푼, 242안타, 56도루로 세 부문을 석권했고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까지 모두 수상했다. 그리고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수상하며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이로써 고든은 이치로에 이어 이 기록을 세운 역사상 두 번째 선수가 됐다. 여기서 아쉬운 것은 바로 이런 고든을 트레이드시켰던 LA 다저스다. 다저스는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부문 사장이 취임한 후 적극적인 트레이드로 팀 체질을 개선하고자 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맷 켐프가 샌디에이고 이적하는 등 말 그대로 광풍이 불었다.
이런 바람 속에 고든도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돼 완전히 반대편 해안으로 떠났다. 당시 고든은 베테랑 선발투수인 댄 해런, 유격수 미겔 로하스와 묶여 마이애미로 이적했다. 약간의 현금도 같이 비행기에 실렸다. 고든은 SNS를 통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신 다저스는 앤드류 히니, 크리스 해처, 엔리케 로드리게스, 오스틴 반스를 받았다. 그리고 히니는 다저스에 오자마자 하위 켄드릭과 맞교환돼 LA 에인절스로 떠났다. 켄드릭은 고든이 떠난 다저스의 주전 2루수가 됐다.
고든이 다저스로 이적할 당시에도 “기동력과 리드오프 후보를 내놨다. 다저스가 손해를 봤다”라는 분석이 있었다. 그러나 이를 밀어붙인 주체가 ‘트레이드의 귀재’라는 프리드먼 사장이었다. 기대감이 있었다. 켄드릭도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고든이 워낙 잘해 다저스로서는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1년이 지난 다저스는 고든의 트레이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고든의 골드글러브·실버슬러거 싹쓸이가 확정된 뒤, 다저스의 파르한 자이디 단장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당시 트레이드로 받은 선수들에 대해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 당시 트레이드는 포지션 보강의 문제였으며 궁극적으로 켄드릭을 영입할 수 있었다. 또한 이 트레이드는 다른 포지션의 선수층을 두껍게 만들었고 다음 몇 년동안 팀과 함께 할 수 있는 선수들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총평했다. 고든에 가려 그렇지 다저스도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는 항변이다.
그러나 LA타임스는 “고든은 앞으로 3년간 FA 자격을 얻지 못한다”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골드글러브를 수상함으로써 고든의 수비력을 평가절하했던 다저스 프런트가 계산 착오도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든과 해런의 연봉까지 부담함으로써 1250만 달러를 애꿎은 플로리다에서 날렸다. 다저스 선발진이 부상에 시달리는 사이, 해런은 또 한 번의 두 자릿수 승수 시즌을 만들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에 대해 자이디 단장은 “트레이드 성패 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운을 떼며 “그는 우리의 기대치를 넘어섰다. 아마도 모든 이들의 기대치를 넘어섰을 것이다”라고 즉답을 피해갔다. 곤혹스러운 어투가 활자에 그대로 묻어난다.
물론 자이디 단장의 말대로 트레이드는 오랜 시간을 놓고 지켜봐야 한다. 고든의 올 시즌 반짝이었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트레이드 실패 사례가 있다는 것은 앞으로도 적극적인 개입을 시사한 프리드먼 사장과 자이디 단장의 운신 폭을 좁게 할 여지는 있다. ‘트레이드 신화’를 썼던 프리드먼 사장의 이미지와도 관련이 있는 문제다. 프리드먼 사장이 고든 트레이드의 실패를 다른 곳에서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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