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활주, 결국 산체스에 달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15 07: 04

시즌 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졌던 대한항공의 활주가 아직은 신통치 않다. 성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결국 가장 강력한 엔진인 외국인 선수 마이클 산체스(29, 205㎝)의 출력에 따라 순조로운 이륙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국가대표 세터 한선수의 복귀, 그리고 여전히 탄탄한 선수층을 바탕으로 우승후보 ‘0순위’에 뽑혔던 대한항공은 14일 현재 승점 19점으로 선두 OK저축은행(승점 24점)에 뒤진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빅3’의 모퉁이에서 탈락하며 좌절을 맛봤던 대한항공으로서는 그렇게 나쁜 출발은 아니다. 다만 경기력이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은 있다. 워낙 기대치가 커서 그런 것도 있지만 산체스의 기복이 그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한국 무대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산체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항공의 주포다. 2013-2014시즌에는 리그 득점 3위, 그리고 지난 시즌에는 4위에 올랐다. 기본적인 타점과 힘은 물론 기교까지 갖춘 선수로 각광받았다. 공을 달래 코스 구석구석을 찌르는 기술은 외국인 선수 중에서도 최정상급이다. 실력을 인정받아 당당히 올 시즌도 재계약에 이르렀다. 그러나 시즌 초반 행보는 들쭉날쭉하다.

산체스는 14일까지 8경기에서 163점에 그쳤다. 리그 6위 기록이다. 득점이야 경기수와 세트수, 그리고 팀 내 공격 배분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그렇다 쳐도 공격 성공률(49.29%)은 50%가 채 되지 않는 리그 8위까지 떨어졌다. 기복도 심하다. 이렇게 산체스가 부진하는 날은 대한항공도 여지없이 고전 중이다. 산체스는 이를 “허리 통증의 여파”라고 설명하면서 서서히 나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좋은 활약을 자신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상적인 궤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세터의 토스를 타는 경향이 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시즌 대한항공은 확실한 주전 세터가 없어 산체스의 위력을 극대화시키지 못했다. 올해는 한선수가 돌아와 이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대한항공의 전력을 높게 본 이유 중 하나였다. 다만 아직 한선수와의 호흡도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 흐름이 꼬이면 심리적으로 흐트러지는 모습도 간간이 나온다.
14일 천안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경기는 왜 대한항공이 산체스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산체스는 이날 1세트에 2점, 2세트에는 1득점에 그쳤다. 공 자체가 잘 가지 않았다. 두 세트 모두 신영수와 도중에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산체스의 부진 속에 대한항공은 첫 두 세트를 모두 내줬다. 그러나 산체스가 3세트에는 6점, 4세트에는 10점을 올리며 급격히 살아났다. 대한항공도 3·4세트를 잡아 동률을 만든 끝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허리 통증이나 최근 코트에서 보이는 몇몇 문제를 해결한다면 분명 최정상급 공격수로 활약할 수 있는 산체스다. 다행히 대한항공의 초반 페이스는 나쁘지 않고 이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는 시간은 확보하고 있다. 김학민이 최고의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고 국내파 날개 공격수들의 자원도 풍부한 대한항공이다. 산체스가 방점을 찍고 날아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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