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선발에 뺨맞은 한국, 도미니카전과는 달랐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15 23: 17

예상보다 강한 선발 투수였다. 예상치도 못했던 뺨을 제대로 맞았다. 물론 가만히 앉아 있지는 않았다. 불펜에 화풀이를 했다. 하지만 도미니카전처럼 시원하게 마운드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결국 이는 패배의 빌미가 됐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15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 구장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미국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승부치기까지 간 접전 끝에 2-3으로 져 조 3위로 8강에 나선다. 이날 미국과 조 2위를 놓고 정면충돌한 대표팀은 연장 10회 나온 결정적인 오심으로 아쉽게 지며 분루를 삼켰다. 대표팀은 A조 2위 쿠바와 16일 8강에서 맞붙는다.
경기 전부터 징조가 좋지 않았다. 부동의 주전 멤버인 박병호(발가락)와 강민호(허리)가 각각 가벼운 부상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타선의 짜임새가 다소 헐거워졌다. 여기에 미국 선발 제크 스프루일의 공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메이저리그(MLB) 경력이 많지 않았지만 이날 한국 선수들을 상대로 역투를 펼치며 눈을 사로잡았다.

최고 154㎞에 이른 빠른 공, 그리고 싱커성 계통의 공에 여러 변화구까지 섞어 던진 스프루일을 상대로 대표팀은 좀처럼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여기에 이용규의 번트안타 2개로 만든 초반 기회에서 연이은 루상에서의 아웃이 나오며 흐름마저 끊겼다. 결국 5회 김광현이 미국에게 먼저 2실점하며 끌려갔다.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타선이 꽁꽁 묶이는 통에 좀처럼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았다.
그러나 6회까지 94개의 공을 던진 스프루일이 마운드를 내려가자 상황이 돌변했다. 미국은 호투한 스프루일을 좀 더 끌고 가는 것보다는 반 박자 일찍 교체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러나 두 번째 투수 처치의 제구가 불안했다. 선두 이대호, 후속타자 대타 손아섭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다. 지금껏 철저히 끌려갔던 한국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오재원의 번트로 1사 2,3루를 만들었고 민병헌이 유격수와 2루수 사이를 흘러 나가는 2타점 적시 중전안타를 터뜨려 단숨에 동점을 만들었다. 역전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소기의 성과였다.
예선 두 번째 경기였던 지난 11일 도미니카전이 오버랩됐다. 당시 대표팀은 도미니카 선발 페레스의 호투에 막혀 6회까지 득점을 내지 못했다. 0-1로 끌려갔다. 그러나 도미니카가 투구수에 여유가 있었던 페레스를 교체했고 대표팀은 7회 이대호의 역전 투런을 시작으로 총 10점을 내며 도미니카 마운드를 두들겼다. 당시처럼 시원한 타격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선발에게 맛본 굴욕을 경기 막판 갚았다는 자체는 비슷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핀치에 몰린 미국의 마운드를 끝내 무너뜨리지 못했다. 2-2로 맞선 9회에는 안타 2개와 볼넷 하나로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희생타 하나면 끝내기였다. 하지만 나성범의 타구는 야수 정면으로 갔고 정근우도 3루 주자 오재원을 불러들이지 못했다. 대표팀은 10회 2-3으로 뒤진 10회 마지막 승부치기에서도 만루 기회에서 강민호가 내야 땅볼로 물러나며 허무하게 패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타이베이(대만)=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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