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있었지만, 실점은 없었다. 또 다시 철벽 면모를 과시한 대표팀 불펜이 도망가는 미국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오심의 희생양으로 패배를 당했기에 더 아쉬운 역투였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15일 대만 타이베이의 티안무 구장에서 열린 ‘WBSC 프리미어12’ 미국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승부치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2-3으로 졌다. 10회 찜찜한 오심이 빌미가 됐다. 이로써 예선을 3승2패로 마친 대표팀은 일본과 미국에 이어 조 3위로 8강행을 결정했다. 대표팀은 16일 A조 2위 쿠바와 8강전을 벌인다.
이날 경기의 승자가 조 2위가 되는 만큼 치열한 힘겨루기가 초반부터 이어졌다. 이 흐름을 먼저 깬 것은 미국이었다. 4회까지 한국 선발 김광현의 공을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했던 미국은 5회 2루타 두 방과 단타 하나, 볼넷 하나를 묶어 2점을 내고 먼저 달아났다. 대표팀으로서는 투수교체를 놓고 고민하다 결국 불펜을 일찍 가동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날(14일) 멕시코와의 경기에서도 임창민 차우찬 정대현 이현승으로 이어지는 계투진이 6이닝 비자책 역투를 선보이며 1점차 승리를 지켜낸 대표팀이었다. 이번 대회 들어 전체적인 선수들이 괜찮은 상태를 선보였다는 데서 자신있게 승부를 걸었다. 이 승부수는 적중했다. 이날 조상우 정우람 심창민 이현승으로 이어지는 계투진도 좋은 모습을 선보이며 9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텼다. 위기는 있어도 실점은 없었다.
김광현이 5회 1사 후 주자를 가득 채운 채 마운드에 내려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조상우는 강속구로 미국을 윽박질렀다. 프레이저를 3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조상우는 아이브너를 150㎞가 넘는 강속구로 역시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절대 위기에서 벗어났다.
조상우가 6회 볼넷과 안타로 두 명의 주자를 남기자 이번에는 정우람이 등판해 위기를 지웠다. 정우람은 첫 타자 스쿨라파니에게 볼넷을 내줘 만루 위기를 자초했으나 패스토니키를 얕은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이어 롤핑을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정우람은 소토를 3루수 땅볼로 유도하고 역시 만루 위기를 넘겼다. 3루수 황재균의 좋은 수비까지 등에 업었다.
정우람이 7회 2사까지 잡고 내려가자 이번에는 심창민이 불같은 공을 던졌다. 9회 2사까지 2이닝을 던지며 삼진 4개를 뺏는 쾌조의 호투로 실점을 막아냈다. 그 사이 대표팀도 2점을 내 동점을 만들었다. 2-2로 앞선 9회 2사 2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이현승 또한 남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정리하고 불펜 무실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대표팀은 10회 승부치기가 시작되자 우규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우규민은 프레이저의 번트를 환상적인 수비를 통해 병살타로 연결시키는 저력을 과시했다. 비록 프레이저의 2루 도루 때 나온 오심이 빌미가 돼 1점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최악의 상황까지는 아니었다. 남은 아웃카운트 하나는 조무근이 삼진으로 해결했다. 다만 그 오심 하나가 아쉬운 경기였다. 우리로써는 인정할 수 없는 실점이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타이베이(대만)=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