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조 2위를 놓고 한국과 미국이 살 떨리는 승부치기 접전을 벌였다. 승자는 미국이었다. 한국은 오심의 희생양이 됐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15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 구장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미국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10회 승부치기 끝에 져 일본 미국에 이어 조 3위로 8강행을 결정지었다. 9회까지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10회 승부치기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은 오심 하나가 두고두고 아쉬웠다.
대표팀은 4회까지 깔끔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던 선발 김광현이 5회 갑자기 흔들리며 2점을 내줬다. 2루타 2개를 포함, 안타 3개와 볼넷 하나가 집중됐다. 여기에 미국 선발 제프 스프루일의 호투에 막혀 타선은 이렇다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조상우 정우람이 미국의 도망가는 발걸음을 붙잡은 사이, 대표팀은 7회 1사 2,3루에서 민병헌이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리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대표팀은 9회 1사 만루 끝내기 기회를 잡았으나 나성범과 정근우가 3루 주자 오재원을 불러들이지 못하며 경기는 연장에 돌입했다. 이번 대회는 연장전에 승부치기 룰이 도입되어 있다. 한국 성인대표팀으로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중국전에서 승부치기 승리(1-0, 이승엽 결승타)를 거둔 뒤 첫 승부치기였다. 낯선 제도인 만큼 이를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가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여기서 마운드에 오른 우규민이 빛났다. 번트 수비를 잘하는 우규민으로 상대의 작전을 봉쇄해보겠다는 복안이었다. 이런 우규민은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2루에 주자를 둔 상황에서 미국은 프레이저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2,3루에 주자를 놓고 한 방으로 2점을 노리는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그런데 프레이저의 번트가 살짝 뜬 것을 우규민이 영리하게 유도했다. 바로 잡지 않고 일부러 바운드를 시켰다. 그리고 3루에 곧바로 공을 던졌고, 이는 다시 2루로 연결되며 1-5-4 병살타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그 다음 논란의 상황이 나왔다. 프레이저가 2루 도루를 시도했고 포수 강민호의 송구가 2루수 정근우에게 완벽하게 이어졌다. 공을 먼저 받은 정근우는 발을 보고 베이스 앞에 글러브를 갖다 댔다. 프레이저의 발은 베이스를 밟지 못하고 대신 정근우의 글러브를 밟았다. 하지만 2루심이 이를 세이프로 판정하는 최악의 오심이 나왔다. 결국 흔들린 우규민은 아이브너에게 우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닝이 끝났어야 했지만 찜찜한 실점이 나왔다.
결국 한국은 10회 반격에서 득점을 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용규가 번트를 성공시키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고 김현수는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다. 박병호가 볼넷을 골랐지만 강민호는 영웅이 되지 못했다. 대회 들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심판 수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만한 한 판이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타이베이(대만)=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