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이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미국 선발을 넘지 못하고 졌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제크 스프루일(26)이다.
스프루일은 15일 대만 티엔무 구장에서 열린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최종전 한국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을 3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묶었다. 한국은 스프루일의 공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산발 3안타를 치는데 그쳤다. 그리고 안타 3개 중 2개는 이용규의 기습번트 내야안타였다. 경기 초반 스프루일에 가로막혀 고전한 한국은 7회 민병헌의 동점 2타점 적시타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승부치기 끝에 2-3으로 졌다.
특히 스프루일의 호투는 외국인투수 자리가 빈 팀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스프루일은 2008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2라운드 지명 출신 유망주다. 1989년 생으로 만 나이도 26세밖에 안 됐고, 신장 196cm로 이번 미국 대표팀 최장신 선수다.

메이저리그 데뷔는 2013년이었고, 2014년까지 빅리그 총 12경기(3선발)에 나와 1승 3패 34이닝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주로 선발로 나섰는데, 191경기(143선발) 52승 60패 903이닝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하고 있다. 주무기는 150km가 훌쩍 넘는 패스트볼이며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속구 최고구속이 156km까지 나오는데, 이날 한국전 역시 154km까지 찍었다. 게다가 변화가 심한 편이라 땅볼유도에 능한 것도 특징이다.
2미터에 가까운 큰 키에 빠른 구속, 그리고 땅볼 유도능력까지. 떠오르는 선수가 있으니 바로 두산 베어스 에이스인 더스틴 니퍼트다. 2011년 KBO 리그에 처음 온 니퍼트는 이제 우완 외국인투수 에이스의 상징처럼 되어 버렸다. 올해는 정규시즌 부상으로 별다른 활약이 없다가 포스트시즌에 눈부신 호투를 펼쳐 두산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날 티엔무 구장에는 LG와 KIA, 두산 스카우트가 스프루일의 투구를 면밀히 체크했다. 대체으로 '좋은 투수'라는 의견이다. 물론 영입까지 이어지는데는 많은 절차가 남아 있지만, 외국인투수 영입을 고려하고 있는 구단에 매력적인 선수임에는 분명하다. 게다가 스프루일은 FA 신분이라 영입에 추가비용(바이아웃)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스프루일 뿐만아니라 외야수 맷 맥브라이드도 스카우트들의 체크 대상이다.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인 맥브라이드는 이날도 한국전에서 멀티히트 활약을 펼쳤다.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면 타격 성적이 좋지는 않지만, 트리플A 수준은 이미 뛰어넘은 선수로 속칭 AAAA(메이저리그에는 못 미치고, 트리플A 수준은 넘는) 수준의 선수다. 이런 유형의 선수들이 KBO에 왔을 때 활약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스프루일이 정말 내년 KBO 리그에서 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번 대회가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가치를 뽐낼 기회라는 사실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기량을 뽐내고 있는 선수들도 있고, 스프루일처럼 한국 스카우트의 눈길을 사로잡은 선수도 있다. 과연 내년 KBO에서 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cleanupp@osen.co.kr
[사진] 타이베이(대만)=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