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강호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가 점차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이제 상위권이 보이기 시작한다.
삼성화재는 1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2라운드 구미 KB손해보험 스타즈와의 경기에서 3-0(25-14, 25-23, 25-21)으로 완승을 거뒀다.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3연승을 달린 4위 삼성화재는 5승 5패, 승점 15점으로 3위 현대캐피탈에 승점 1점차로 다가섰다.
레오를 대체할 이번 시즌 새로운 외국인 선수 괴르기 그로저가 31득점으로 활약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로저는 세 세트만 뛰고도 31득점을 쏟아 부었고, 성공률도 63.04%로 높았다. 여기에 지태환이 블로킹을 5개나 해내면서 뒷받침한 것, 세터 유광우의 활약 등이 승인이었다.

세계 정상급 공격수라는 칭호는 친숙함과 거리가 멀지만, 선입견과 달리 그로저는 밝은 모습으로 팀에 순조롭게 적응해 나가고 있다. 전임자 레오는 때때로 구단의 속을 썩이기도 했으나, 그로저는 레오보다 활달한 성격으로 한국에 적응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단적인 것이 한국 구단의 문화를 존중하려는 자세다. 삼성화재의 한 관계자는 "그로저가 처음 왔을 때 자신이 여기서 하면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만큼 기존 질서를 중시하고 팀의 눈 밖에 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11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을 때도 "이번 라운드에 시간이 된다면 선수들에게 맥주 한 잔을 사고 싶다. 감독님이 허락해주신다면 케이크도 준비해서 동료들과 같이 나누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에 유광우 역시 "왜 세계적인 선수인지 확실히 알 것 같다. 명성이란 게 허투루 생긴 게 아니다. 세계적인 선수는 이기적일 수 있는데, 모든 게 팀부터다. 먼저 녹아들려 하는 모습에서 그런 게 느껴졌다"고 답했다.
경기장 안에서도 위력적이다. 그로저는 8경기만 뛰고도 9경기를 뛴 오레올 까메호(현대캐피탈, 214득점), 얀 스토크(한국전력, 213득점)에 앞선 231득점으로 이 부분 1위다. 공격 종합에서도 성공률 54.87%로 4위에 올라 있다. 성공률은 앞으로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 나가면서 좀 더 끌어 올릴 수 있다. 점유율을 낮출 수 있다면 더욱 질 높은 공격이 가능하다.
그로저는 자신이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져야 하는 환경에 익숙하지 않다. 한국에 오기 전 배가 고팠던 레오와도 상황이 다르다. 그로저의 이번 시즌 점유율은 43.6%로 지난 시즌 레오가 기록한 56.7%보다 낮다. 그럼에도 점유율을 지금보다 더 줄여줘야 그의 공격력이 더 살아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짝이 될 수 있는 공격수의 몫이 중요하다. 레오가 있을 때는 박철우가 떠난 뒤 김명진이 성공적으로 라이트에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번에는 최귀엽과 류윤식 등의 활약이 중요해진 가운데 임도헌 감독이 어떤 조합으로 그로저를 중심으로 한 팀의 공격 효율을 최대화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