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리포트]한기주의 뜨거운 가을, 영그는 재기의 꿈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5.11.16 06: 00

"모두가 경쟁자이다. 열심히 해야한다".
KIA 우완투수 한기주(28)는 오키나와 가을 마무리 캠프에 참가해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고 있다. 2005년말 고교 3년생 신분으로 남해 캠프에 참가했고 프로 데뷔 이후에는 가을캠프는 처음이다. 잦은 부상에 시달렸고 한창 좋을때는 국가대표에 발탁되는 등 마무리 캠프는 남의 일이었다.
더욱이 치명적인 어깨 부상을 입고 야구를 포기하려고 했던 그가 오키나와에서 재기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한기주는 지난 15일 긴베이스볼스타디움의 불펜투구 훈련장에서 볼 101개를 힘차게 뿌렸다. 벌써 이틀에 한번꼴로 100여개의 볼을 5번째로 던졌다. 마무리 캠프에 참가한 투수들 가운데 가장 페이스가 좋은 축에 속한다. 이제는 라이브피칭에 나설 정도로 실전구위를 만들었다.

김기태 감독과 코치들은 손가락, 팔꿈치에 이어 어깨수술까지 겪고 3년 간의 공백을 가진 그가 불펜에서 싱싱한 볼을 던진다는 것에 놀라고 있다. 더욱이 조금씩 볼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는 올해 2군에서 146km짜리 볼을 던졌지만 평균 구속은 130km대 후반이었다. 그러나 오키나와에서는 볼에 힘을 실어 던지고 구속도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불펜에서 한기주의 볼을 받은 유원선 불펜포수는 "예전에 비해 확실히 볼에 힘이 붙었다. 구속 자체가 높아졌고 볼의 힘 그리고 변화구와 제구력까지 좋아졌다. 변화구도 슬라이더, 투심, 체인지업, 커브를 던지는데 각도 좋아진 것 깉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활약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대진 코치도 "이미 광주에서 몸을 착실하게 만들었다. 캐치볼과 롱토스, 그물망 투구를 통해 충분히 몸을 만들었다"면서 "여기에서 상체를 잡고 테이크백이 짧아지면서 제구력과 팔스윙이 빨라졌다. 물론 아직은 자기만의 투구 밸런스를 확인해가고 있는 중이다. 볼을 던지다 욕심이 생기면 팔이 벌어지는 모습도 아직은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변화는 투구판의 활용이다. 프로야구의 간판투수로 활약했던 조계현 수석코치의 조언이었다. 조수석은 "(타자가 바라볼때) 한기주는 투구판의 오른쪽 끝을 밟고 던졌다. 왼발을 내딛을때 약간 크로스가 되었고 이것을 회복하느라 몸이 돌아가면서 던지느라 볼의 타점이 일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투구판의 왼쪽 끝을 밟으면서 자연스럽게 디딤발과 스퀘어가 되면서 시선이 편해지고 제구력도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의미있는 변화는 의지였다. 오키나와의 만만치 않는 훈련량을 모두 따라가고 있다.  오전의 웨이트트레이닝과 러닝 등 체력훈련량이 대단히 많은데 묵묵히 모두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그만큼 몸이 되어 있다. 더욱이후배 투수들과 훈련하면서 농담도 주고 받으면서 훈련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임시로 캠프를 찾은 김정수 잔류군 코치도 "얼굴도 밝아져서 좋다. 기주가 정말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김기태 감독의 배려와 주문도 배여있다. 한기주는 지난 7월 3년만에 복귀해 한 달 정도 1군에 있었다. 7경기에 출전했지만 필승조 투수는 아니었다. 김감독은 8월 중순께 한기주를 2군으로 내려보내면서 "몸을 잘 만들어서 마무리 캠프에서 함께 해보자"고 주문했다. 김기태 감독은 "기주가 이곳에서 가장 고참투수인데도 얼굴이 많이 밝아졌고 훈련도 모두 소화하며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한기주는 캠프 3주 동안 모두에게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몸으로 보여 주고 있다. 한기주는 오랜만의 가을 캠프를 앞두고 "신인의 마음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새로운 변화를 주고 있는데 볼이 제대로 들어가는 것 같다. 어깨와 팔도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훈련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여기에 있는 (후배)투수들이 나에게는 모두 경쟁자이다. 지지 않으려면 내가 잘해야 한다. 절대 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기주는 내년 시즌 1군의 전력이 될 수 있을까? 내년 KIA의 불펜은 보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소방수 윤석민이 선발투수로 복귀하면서 필승조와 소방수를 재구축해야 한다. 선발 혹은 불펜까지 활용법을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한기주가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대진 코치는 "분명 좋아졌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내년 스프링캠프와 대외 실전과 시범경기까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재기 성공여부는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한기주의 가을이 어느해보다 뜨겁다는 것이다.  /sunny@osen.co.kr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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