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삼의 희생과 배려, 침몰하던 전자랜드 구하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11.16 05: 51

정영삼(31)의 희생과 배려가 침몰하던 전자랜드를 구했다.
전자랜드는 지난 15일 오후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시즌 KCC 프로농구 3라운드 홈경기서 LG를 73-72로 힘겹게 제압했다. 전자랜드가 기나긴 6연패의 늪에서 탈출하는 순간이었다.
연패 탈출의 일등공신은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서 돌아온 '슈터' 정영삼이었다. 지난 3일 안양 KGC 인삼공사전 이후 12일 만에 코트를 밟아 23분 52초 동안 14점 4리바운드의 알토란 활약을 펼쳤다.

특별한 승리다. 전자랜드는 올 시즌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외국인 선수 안드레 스미스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설상가상 핵심 멤버이자 구심점인 이현호와 정영삼이 부상으로 신음했다.
특히 주포 역할을 해야 할 정영삼의 부재는 뼈아팠다. 이달 초 재기를 노렸지만 3경기 만에 또 다시 쓰러졌다. 코트 밖에서 팀의 쓰라린 6연패를 지켜봐야 했다. 
정영삼은 "부상으로 계속 빠져 있었는데 팀이 6연패에 빠지고 동료들이 힘들어 하는 걸 보면서 안타깝고 부담도 됐다"면서 "복귀한지 3경기 만에 안좋게 다쳐서 또 이탈했다. 운동량이 너무 적어서 자신감이 없었다. 이겨야 된다는 마음이 컸다. 불안해서 잠도 안와 LG 경기를 계속 모니터링 했다"고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극도의 부담감과 불안감을 이겨낸 원동력은 희생과 배려였다. 정영삼은 이날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님에도 투혼을 불살랐다. 본인 스스로도 "현재 컨디션은 50% 정도 올라왔다"고 말했을 정도. 그러나 강인한 정신이 육체를 지배했다. 수 차례 허슬 플레이로 상대의 기를 꺾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그동안 팀의 구심점이 없었다. 영삼이가 100% 몸이 아님에도 팀의 에이스로서 위기 상황에서 투혼을 발휘했다"고 칭찬했다.
지난 2007년부터 전자랜드에서만 뛰어온 정영삼은 팀이 6연패에 빠졌을 때 젋은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줬을까. "어린 선수들이라 되도록 많은 얘기를 안하려고 했다. 팀이 연패에 빠져 있어 부담이 될 것 같았다. 내가 옆에서 얘기하면 경직되고 부담될 수 있어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테랑' 정영삼의 배려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영삼은 승리의 달콤함을 잊고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지난해도 힘들었는데 반등 계기를 마련해서 좋게 마무리했다. 3라운드서 흐름을 잡아야 플레이오프행 순위 싸움을 할 수 있다. 수비가 계속 무너지면 분위기를 못 잡는다. 우리보다 약한 팀은 없다. 9개 팀을 이기려면 타팀보다 많이 뛰고 정신적으로 더 무장해야 한다."/dolyng@osen.co.kr
[사진]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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