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카만 일정표가 말해주는 김기태 야구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5.11.16 13: 01

"눈동자를 보면 압니다".
프로야구의 가을 마무리훈련은 미생에서 완생을 추구하는 곳이다. 주전들이나 베테랑 선수들은 빠진다. 부상선수들도 마찬가지이다. 대신 신인들을 비롯해 기량 발전을 해야하는 백업선수들이나 주전후보들이 땀을 한바지씩 흘린다. 신전력을 만든다는 점에서 팀에게도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김기태 감독은 작년 시즌을 마치고 부임 이후 두 번째로 KIA의 마무리 캠프를 지휘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처음일 수 있다. 작년 미야자키 휴가 캠프는 자신이 명단을 정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선동렬 감독이 물러나면서 지휘봉을 잡았다. 마무리 캠프 명단도 선 감독 체제의 코치진이 작성한 것이었다.

김 감독은 선 전 감독을 배려해 일부 선수들을 추가했을 뿐 그대로 마무리 캠프에 데려갔다. 선수들에 대한 정보없이 캠프에 합류했다. 그래서 작년 마무리 캠프는 선수들을 알아가는 장이었다고 볼 수 있다. 올해는 자신이 지난 1년 동안 지켜본 선수들을 직접 골라 캠프 명단을 작성했다. 확실한 목표을 갖고 시작했다. 좌완 투수의 육성, 포수진 능력 극대화, 유격수와 2루수, 그리고 외야수 백업요원까지 만드는 것이다. 목표 달성 여부는 내년 스프링캠프까지 지켜봐야 한다.
눈에 띠는 대목은 김 감독의 이번 캠프 훈련은 작년보다 훨씬 견고해졌다는 점이다. 왜냐면 선수들이  작년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를 통해 김 감독의 훈련방식을 이미 몸으로 접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감독과 선수가 궁합을 맞춰가는 시간이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에너지를 소모했다면 이번에는 감독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움직이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발현시키기 위해 훈련에 자율성을 많이 준다. 비가 오면 훈련 스케줄을 선수들이 짜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자아발전 훈련 등 선수들이 모두 알아서 한다. 코치들은 강제하지 않고 질책 대신 농담 섞인 격려를 한다.이제는 웃고 자발적으로 훈련하는 분위기는 정착이 되었다. 감독의 눈을 잡기 위해 젊은 선수들의 패기있는 모습까지 어우러져 활력이 넘친다.  
실제로 오전 웨이트트레이닝과 러닝, 그리고 이어지는 타격, 수비훈련장은 거친 함성과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지난 15일 긴베이스볼스타디움에서 만난 김감독은 "선수들요? 아주 열심히 합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눈동자를 보면 압니다. 열심히 하는 선수들은 눈빛이 다릅니다.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고 말한다.
KIA의 훈련은 집중도가 높다. 투수와 타자들이 웨이트를 마치고 운동장에 나오는 시간은 11시이다. 144경기 체제에 맞춰 체력강화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물론 early work(타격, 수비, 주루) 대상자들은 9시30분터 시작한다. 정식훈련은 오후 4시면 끝이다. 이후의 자아발전시간과 야간훈련은 자율에 맡긴다. 대신 운동장에 나와있는 시간은 혹독한 훈련이 펼쳐진다.
오후 4시까지는 숨돌릴 시간도 없이 빠르게 돌아간다. 선수들과 코치들은 어느 누구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한다. 스스로 자아발전시간을 선택한다면 오후 6시까지 훈련시간은 늘어난다. 오전의 체력훈련에 자율훈련까지 더해진다면 훈련량이 적다고 볼 수 없다. 모두 자발적으로 하기 때문에 그 효율성은 높다. 긴구장의 더그아웃 벽에 붙어있는 캠프 일정표의 지난 날짜는 모두 새카맣게 칠해져있다. 힘들지만 알찬 훈련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또 하나의 테마는 '모두 함께'이다. 김기태 감독은 2군과 3군에 있는 코치들을 차례로 4박5일 일정으로 마무리캠프에 불러 선수들과 훈련을 함께 하도록 했다. 이유는 있다. 누구보다도 현재 오키나와 참가 선수들을 잘 알고 있는 코치들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고 어떻게 서로 소통하는지를 직접 지켜보고 2군과 3군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이다.
훈련이 마치면 의식이 있다. 프런트 직원들과 코치들이 모두 힘을 합해 운동장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마나카 신지 인스트럭터도 뛰어나와 운동장을 정리한다. 약 30명의 인원이 나란히 용구를 들고 운동장 정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함께'라는 테마가 떠오른다. 이런식으로 선수들과 코치, 프런트직원까지 함께하는 김기태 야구가 이제는 완전히 KIA에 스며들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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