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력 인정’ 고메즈, SK 제2의 나바로 모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16 09: 01

SK가 2016년 시즌을 함께 할 외국인 타자를 영입했다. 메이저리그(MLB) 경력이 있는 도미니카 출신 내야수 헥터 고메즈(27)가 그 주인공이다. SK는 삼성에서 대박을 친 야마이코 나바로(28)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따라가 주길 바라고 있다.
SK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헥터 고메즈를 연봉 65만 달러에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외국인 타자를 중앙 내야수 자원으로 물색하고 있었던 SK는 수비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동시에 타격 재질이 있는 고메즈를 최종 낙점했다. SK 외에도 국내 몇몇 팀들이 고메즈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으나 2루 포지션에 대한 보강 열망이 가장 강했던 SK가 고메즈의 사인을 받아냈다.
SK는 올해 28개의 홈런을 친 외야수 앤드류 브라운과 일찌감치 재계약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고 새 외국인을 물색해왔다. 기량과 가능성 자체는 좋은 타자였지만 타율이 2할6푼1리로 저조했고 무엇보다 득점권에서 약한 모습으로 벤치의 속을 태웠다. 여기에 코스별로 강점과 약점이 너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점도 재계약을 포기하게 된 원인이었다.

한편으로는 올 시즌 팀의 최대 약점이 2루라는 고민도 있었다. 나주환 박계현을 비롯, 이대수 김연훈 유서준 최정민까지 여러 자원들이 2루를 번갈아가며 봤으나 누구도 공·수 양면에서 시원한 해답을 주지 못했다. 이에 SK는 외국인 시장에서 2루 자원을 우선적으로 찾았으며 고메즈를 면밀히 관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메즈는 지난 7일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어 이적료 협상 등의 장애물도 없었다. 협상은 일사천리로 끝났다.
도미니카 출신인 고메즈는 2007년 싱글A 올스타 포지션을 휩쓸며 주목을 받았다. 2010년에는 더블A 무대로 승격했으며 2011년 9월 16일에는 콜로라도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뤄냈다. 그러나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한 끝에 2012년 방출됐고 웨이버 클레임을 통해 밀워키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밀워키 이적 후 고메즈는 계속 마이너리그에서 뛰었으며 2014년에는 MLB 무대로 재승격해 15경기에 뛰었다. 올해는 66경기에서 타율 1할8푼1리, 출루율 2할1푼2리, 장타율 0.323, 1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자신의 데뷔 첫 홈런을 5월 5일 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상대로 뽑아내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만 주로 수비 요원으로 출전하는 한계가 있었으며 결국 8월 밀워키에서도 방출됐다. 샌디에이고가 그를 곧바로 영입하기는 했으나 MLB 무대에 올라서지는 못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지난해 트리플A 121경기에서 타율 2할8푼2리, OPS 0.808, 15홈런, 49타점을 기록했다. 올해 29경기에서는 타율 3할5푼8리, OPS 1.023, 3홈런, 22타점으로 마이너리그 타격 성적은 특별히 흠잡을 곳이 없다. 다만 타자 친화적인 퍼시픽코스트리그에서 낸 성적이라는 점은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루수 또는 유격수 수비를 능숙하게 수행해 수비력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으나 타격에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 있다.
결국 SK는 제2의 나바로를 바라고 고메즈에 승부를 걸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SK는 삼성이 나바로를 영입했을 당시에도 도미니카리그에서 그를 지켜본 한 팀이었다. 나바로는 MLB 통산 79경기에서 타율 2할6리, OPS 0.690를 기록했다. 한국에 오기 직전 시즌 마이너리그 성적은 107경기에서 타율 2할6푼7리, OPS 0.772, 12홈런, 53타점이었다. 삼성도 2루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장타력이 도드라지지 않아 비효율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나바로는 첫 해 타율 3할8리, 31홈런, 25도루를 기록하며 대박을 쳤고 올해에는 48개의 홈런과 22개의 도루로 2년 연속 20-20 클럽에 가입했다. 아주 정교한 타자라고는 볼 수 없지만 장타력은 예상을 웃돌았던 것이다. 리그 차이를 고려하면 나바로와 고메즈의 직전 2년간 마이너리그 성적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고메즈가 제2의 나바로가 된다면 SK 타선은 짜임새는 한결 더 강해질 수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