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대한 진지한 태도는 물론, 사생활에서도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크리스 세든(32)과 메릴 켈리(27)가 내년에도 함께 SK 유니폼을 입는다. SK는 기량과 인성을 두루 갖춘 두 선수의 이런 친밀한 관계가 경기력 향상에 보이지 않는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SK는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2016년을 함께 할 외국인 선수 3명을 공식 발표했다. 재계약을 포기한 앤드류 브라운 대신 도미니카 출신 내야수 헥터 고메즈(65만 달러)를 영입해 내야를 보강했다. 이어 올해 SK 마운드를 지킨 세든과 켈리도 재계약에 합의했다. 켈리는 총액 75만 달러, 세든은 50만 달러에 계약했다. 세 선수는 내년 1월 열릴 전지훈련에 맞춰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세든과 켈리는 재계약이 비교적 쉽게 풀린 경우였다. 두 선수가 한국 생활을 비교적 만족스러워했기 때문이다. 두 선수보다 나은 대안을 찾는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한 SK는 시즌 종료 시점에 이르러 두 선수에게 재계약 의사 여부를 타진했다. 두 선수가 긍정적으로 이를 판단함에 따라 출국 당시부터 어느 정도 원론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실무자가 미국을 찾아 세부 계약을 마무리했고 고메즈의 영입과 함께 일괄발표됐다.

압도적인 선수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안정감은 있는 두 투수다. 남들은 다 가지고 있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어 불안감을 샀던 켈리는 올 시즌 30경기에서 181이닝을 던지며 11승10패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했다. SK의 외국인 에이스였다. 시즌 중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세든은 초반 고전했으나 서서히 안정감을 찾아가며 14경기에서 7승5패 평균자책점 4.99를 기록했다. 시즌 막판 분전은 SK가 5강 막차를 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켈리의 경우 아직 나이가 젊은 만큼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켈리는 올 시즌 손목 부상과 상대팀의 집요한 분석이 겹친 당시 크게 부진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스스로 그 한계를 뛰어넘었고 무난한 활약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SK는 기본적인 구위는 물론 이런 켈리의 발전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도 능히 두 자릿수 승수는 따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초반 불안으로 ‘퇴출’ 위기까지 갔던 세든도 안정된 모습으로 구단의 마음을 샀다. 특급까지는 아니지만 검증된 좌완으로 역시 풀시즌을 뛴다면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할 수 있는 자원으로 판단했다. 특히 2013년 SK에서 뛸 당시부터 정평이 난 인성도 고려가 됐다. 자신보다 5살이 어린 켈리를 경기장 안팎에서 잘 보살펴 준 것도 관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한국 생활에 대한 조언은 물론, 한국프로야구에서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신뢰를 살 수 있는지 이런 저런 팁을 많이 줬다는 후문이다. 켈리도 세든을 믿고 따르는 만큼 두 선수의 호흡은 내년에도 보이지 않는 힘이 될 전망이다.
두 선수로서도 윈윈이다. 마이너리그 시절 10만 달러의 연봉도 못 받았던 켈리는 한국에 와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게 됐다. 2014년 일본 진출 후 고생을 많이 했던 세든은 애당초 SK의 재계약을 목표로 시즌 막판 이를 악물고 던졌던 기억이 있다. 돈은 많이 줄지 몰라도 경쟁이 치열해 스트레스가 큰 일본, 리그 규모가 작고 월봉 구조인 대만에 비해 한국이 심리적으로 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했다. SK의 재계약 의사를 받고 큰 요구 사항 없이 도장을 내민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팀에서는 "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인다"고 반겼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