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침묵하는 이용규, 벤치가 살려야 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16 23: 08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테이블세터를 이루는 핵심 타자 이용규(30)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 물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선수를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부담을 덜어주는 전략은 필요하다. 이는 타격감이 들쭉날쭉한 다른 타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이야기다. 벤치의 선수의 역량을 극대화시켜줘야 한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16일 대만 타이중의 인터컨티넨탈 경기에서 열린 ‘WBSC 프리미어12’ 쿠바와의 8강전에서 탄탄한 공·수 조화를 선보이며 7-2로 이겼다. 15일 미국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찜찜한 오심이 빌미가 돼 졌던 한국은 하루 만에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4강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은 이제 19일 사실상의 개최국이자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인 일본과 4강전을 벌인다.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여기에 개막전에서 우리에게 수모를 안긴 오타니 쇼헤이가 다시 등판할 것으로 보여 타선의 긴장감이 올라가는 모습이다. 개막전에 비하면 타자들의 감각과 빠른 공 대처 능력이 많이 올라온 것은 사실이지만 낙관할 수는 없다. 그만큼 전략을 잘 짜야 한다.

고민이 되는 선수는 이용규다. 이용규는 정근우와 이번 대회 대표팀의 테이블세터진을 이루고 있다. 공격의 첨병으로 해야 할 몫이 많다. 나가면 확실히 투수를 괴롭힐 수 있는 선수로도 가치가 높다. 그러나 이번 대회 들어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예선전에서 타율이 2할5푼으로 상위타선에 위치하는 선수치고는 타율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성적임은 분명하다.
대만에 건너와 복통 증세로 고생했던 이용규다. 스스로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고 하지만 한 번 흐트러진 집중력이 쉽게 살아나기는 어렵다. 16일 쿠바와의 8강전에서도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상대 유형을 막론하고 타이밍이 잘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잘 맞은 타구도 많지 않았다. 스스로도 안 풀린다는 표정이었다. 이번 대회 타율은 1할9푼까지 떨어졌다.
이용규는 공을 잘 보며, 루상에서 큰 가치를 가지는 동시에 대표팀 외야 수비의 핵심이다. 부상이 아니라면 주전 출장은 당연하다. 경기에서 뺄 수는 없는 자원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타순을 바꿔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도 생각할 법하다. 이를 테면 잘 맞고 있는 민병헌이나 김재호를 상위타선으로, 이용규를 하위타선으로 옮겨 공기를 바꿔주는 것이다. 이용규가 항상 리드오프를 하는 선수라고 해서 이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상황에 맞는 배치도 필요하다. 단기전이라면 더 그렇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단순하게 예를 든다면 이대호는 타격감이 다소 떨어지는 추세고 박병호는 올라가는 그림이다. 상대 선발 유형을 보고 자리를 바꿔주는 방법도 생각할 법하다. 대표팀 선수들의 타순을 지나치게 고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어차피 이제는 한 판 지면 탈락이다. 경기와 컨디션을 읽는 벤치의 눈이 절실하다. /skullboy@osen.co.kr
[사진] 타이중(대만)=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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