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의 야구' 실종된 청룡기, 아쉬웠던 승자의 매너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5.11.17 06: 00

'요즘 애들은 문제'라는 말은 기원전부터 있었다지만, '예절'이 중요한 고등학생들의 그라운드에서도 아쉬운 모습이 보였다.
대구 상원고는 지난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제70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전상현의 7⅔이닝 1실점 구원승 활약을 앞세워 성남고에 12-2 승리를 거뒀다. 상원고는 2011년 이후 4년만에 6번째 청룡기 정상에 올랐다.
프로에 지명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일찍 프로팀으로 가 훈련을 하고 있는 다른 학교와 달리, 상원고는 올해 프로에 뽑힌 4명의 학생들을 모두 대회에 참가시키며 우승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다. KIA에 지명된 전상현이 5경기 모두 등판해 24⅓이닝 5실점으로 MVP가 됐고 한화 유니폼을 입을 이동훈은 21타수 10안타 8타점으로 타격상, 최다안타상, 최다득점상을 휩쓸었다.

이만큼 욕심을 낸 청룡기를 품은 상원고. 9회말 2사 후 전상현이 도재훈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쁨을 표출하자 그라운드 위로 상원고 선수들이 모여들어 감동을 함께 했다. 그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모습이 그 이후 나왔다.
경기가 끝나자 준우승에 머문 성남고는 인사를 위해 그라운드 위에 일렬로 도열했다. 그러나 상원고 선수들은 기쁨에 취해 상의 유니폼을 벗어던지며 서로 부둥켜안기 바빴다. 성남고 선수들의 예의가 민망해지는 순간이었다. 상원고는 스태프가 상황을 정리한 뒤에야 일렬로 서 인사를 나눴고 그 뒤 그라운드는 졸업생들과 선수들이 다시 점령했다.
청룡기의 모토는 "배움의 야구, 예절의 야구, 근검의 야구"다. 야구를 통해 사회성을 기르고 다른 이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청소년 야구에서 무엇보다 먼저 가르쳐야 할 덕목이지만 상원고 선수들에게 그런 매너는 보이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무엇보다 우승만이 중요하다는 것을 주입한 어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이날 대회에서 한 선수는 수비 자리에 나와 있다가 2아웃 후 자신이 뜬공을 잡아 이닝이 마무리되자 그 공을 관중석에 던지는 '과한 매너'를 보이기도 했다. 9회 우승의 순간도 아니고 경기 중에 시합구를 관중석에 던지는 '겉멋'과는 다른, 꼭 필요한 매너는 보이지 않아 더 아쉬움이 컸던 16일의 고척돔이었다. /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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