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이 '아픔의 땅' 타이중에서 귀중한 승리를 거뒀습니다. 한국은 16일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열린 프리미어12 8강 쿠바전에서 7-2로 승리를 거뒀는데요. 이로써 한국은 19일 도쿄돔에서 일본과 만나 개막전 패배를 설욕할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는 법, 과거 '아마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녔던 쿠바는 한국에 무릎을 꿇으면서 짐을 싸게 됐습니다. 국가대표 단골 선수들은 "쿠바 빨간 유니폼만 봐도 겁이 나던 때가 있었다"고 떠올리는데,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 준 인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빅토르 메사 쿠바 감독입니다.
지금은 감독으로 쿠바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메사는 지난 4일과 5일 고척스카이돔 개장개념으로 열린 슈퍼시리즈에서 한국 야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웃는 얼굴로 취재진을 맞이하고, 감정을 숨기지 않는 제스처는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었습니다. 우리 심판이 타구에 맞아 아파하자 쿠바 트레이너와 함께 달려가고, 외야에서 쿠바 선수가 경기를 끝내는 공을 잡자 기쁨에 달려가는 솔직함에 많은 야구팬들은 미소를 지었죠.

평가전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토너먼트인 8강전에서도 메사 감독은 같은 매너를 보여줬습니다. 한국이 7-2로 승리를 거두자 바로 한국 더그아웃으로 달려가 김인식 감독에게 축하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리고는 한국 코치들과도 뜨거운 악수를 하고 인터뷰장으로 향했죠.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메사 감독은 열정을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비록 탈락했지만,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 행복한 대회였다. 우리 젊은 선수들도 다음 대회에는 좀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는데요. 공식 인터뷰가 끝난 뒤 메사 감독은 갑자기 대만 통역과 어깨동무를 하더니 한참을 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번에도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며 한껏 미소를 띠고 사라졌는데요. 때문에 김인식 감독이 인터뷰를 위해 잠시 문밖에서 기다려야 했죠.
김인식 감독에게 "왜 저렇게 와서 인사를 했습니까?"하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7년 전 이야기를 꺼냈는데요. 쿠바는 지난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을 찾아 평가전을 가졌습니다. 그때 메사 감독이 김인식 감독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나랑은 일면식도 없는데 보겠다고 인천까지 찾아 왔더라고. 평소에 보고 싶었다고 하면서 말이지. 그래서 그때 보고 지난 번(슈퍼시리즈)에 처음 본거야. 와서 인사하니까 기분은 좋네."
경기가 끝난 뒤 한국 더그아웃으로 뛰어 간 메사 감독, '승자독식'이 이뤄지는 스포츠지만 그가 보여준 매너는 쿠바를 자랑스러운 팀으로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잠시 잊고 지냈던 스포츠맨십 그리고 매너를 다시 한 번 돌이켜볼 수 있었죠. 지금은 작별인사를 하지만 2년 뒤 봄에 다시 만날 쿠바는 자라있을 겁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