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돔 1패를 떠안고 비장한 각오로 대만 땅을 밟았던 한국 야구대표팀이 4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두고 다시 일본으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한국은 16일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쿠바와의 8강전을 7-2로 승리하면서 4강에서 일본과 만나게 됐다. 일본전은 19일 도쿄돔에서 벌어진다.
대만에서 숨가쁘게 예선 4경기와 8강전을 치른 대표팀은 17일 하루 휴식일을 갖는다. 지친 피로를 풀고, 18일 오전 대만을 떠나 결전이 벌어질 일본 도쿄에 하네다 공항을 통해 들어간다. 간단하게 여장을 푼 대표팀은 도착 후 가볍게 훈련을 하고 19일 4강전을 준비한다.

이대호는 대만에 오자마자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다. 야구 하다보면 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남자가 두 번 지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다시 만날 일본전을 그리며 각오를 다졌다. 다른 선수들도 "이번에 오타니와 만나면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는데, 이들의 소망대로 한국은 다시 오타니 쇼헤이와 4강에서 만난다.
선수들의 각오만큼 코칭스태프가 신경써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일단 지난 6경기를 되돌아보며 선수 컨디션에 따른 타순 재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표팀은 타석에 2번밖에 안 들어간 허경민을 제외하면 한 번씩은 안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는 모두 6명으로 황재균(3루수)과 김현수(좌익수), 정근우(2루수), 이대호(지명), 박병호(1루수), 이용규(중견수)다.
이들 중 이용규만 장염으로 베네수엘라전에 결장했을 뿐 나머지는 6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가장 타율이 높은 건 황재균(.333)이고, 이용규(.190)가 타율이 가장 낮았다.
이용규는 국가대표 주전 중견수이자 테이블세터다. 김인식 감독은 "이용규가 끈질기게 투수를 물고 늘어지는 맛이 있어서 1번 타자로 더 어울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이용규의 성적은 좋지 않다. 이유가 있다. 장염을 호되게 앓았고, 체중까지 빠져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이용규의 경험과 센스는 대표팀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번 대표팀에 외야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다행히 민병헌이 사구 여파에서 벗어나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지만, 손아섭은 가벼운 통증을 호소하고 있고 나성범은 타격감이 좋지 않다.
때문에 19일 벌어질 한일전에서는 타순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타격감이 좋은 민병헌을 테이블세터로 활용하는 방안이 있고, 이용규의 타순을 조금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단판승부는 선수 컨디션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그날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를 기용해야 하는 것이다. 과연 19일 일본전에서는 타순에 변화가 있을까.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