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올레길'이 아니라 '올래길'이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5.11.17 08: 42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즈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하략)
김광균(1914~1993년) 시인의  ‘추일서정(秋日抒情)’이라는 시 가운데 일부이다. 김광균은  이 시에서 ‘길’을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로 비유했다. 넥타이에서 연상할 수 있는 것은 도회지의 이미지다.  
길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걸어가는 공간이다. 사람은 길 위에서 산다. 여행은 길 위를 가는 것이다. 길은 장소에 따라, 쓰임새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골목길, 오솔길, 들길, 산길, 논둑길, 당나귀길, 기찻길, 버스길, 신작로, 고속도로, 등산로 등.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자전거길이 된다.
‘칼의 노래’로 유명한 소설가 김훈은 ‘자전거 여행’이라는 에세이에서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몸은 세상의 길 위로 흘러나간다’고 했다.
제주도에 가면, 올래길이 있다. 흔히 올레길로 부르는 그 길은 고샅을 감도는 정감어린 길이다. 
‘제주도에 유사 올레길이 100여개…탐방객들 헤맨다.’ 2015년 10월 26일치 한국일보 기사 제목이다. 그 기사는 ‘제주 올레(작은 골목길의  제주 방언)’라는 설명을 곁들여 놓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올레’는 틀린 표현이다. 올래가 맞다. 올래는 한국일보 기사의 설명처럼 작은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도 사투리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살펴보면 올래나 올레의 설명이 아예 없다. 다만 올래의 표준말인 오래에 대해 ‘명사, 1. 한동네의 몇 집이 한 골목이나 한 이웃으로 되어 사는 구역 안. 2. 거리에서 대문으로 통하는 좁은 길.’로 풀이해 놓았을 뿐이다.
표준국어대사전 방언 편에도 올래나 올레의 풀이는 없다. 국립국어원의 문답 난에 ‘올래길, 올레길, 과연 어떤 게 맞는가’라는 물음에는 제주특별자치도청의 명의로 ‘문의하신 것은 올레길과 같이 쓰고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는 답변이 붙어 있다. 사전에도 없는, 출처, 국적불명의 ‘올레, 올레길’이 횡행하고 있는데도 정확하게 바로 잡지 않고 있다.
‘올래’라는 말은 원래 나비학자로 유명했던 석주명(石宙明, 1908~1950년)이 정리, 발표한 것이다. 석주명은 평양태생으로 일본 가고시마 농림대학을 나와 국립과학박물관 동물학부 부장, 수원농사시험장 병리곤충부 부장 등을 지냈고 1943년부터 경성제국대학 부속 생약연구소 제주도시험장 소장을 2년 남짓 지내면서 제주도 방언을 채집, 해방 뒤인 1947년에 그를 토대로  『제주도 방언집』을 발행했다.
188쪽 분량인『제주도 방언집』은 제주도 방언과 다른 지역 방언의 비교, 제주도 방언과 표준말 대조 등으로 꾸며져 있다. 그 책에 보면 제주어 ‘올래’는 ‘집에 들어가는 길’로 풀이해 놓고 표준어는 ‘오래’라고 명기해놓았다. 
한심스러운 것은 인터넷 등에는 ‘올레: 집으로 들어가는 길을 뜻하는 제주도 사투리. 골목, 골목길의 제주도의 사투리’로 버젓이 표기돼 있다. 올레는 분명히 틀린 표현이다. 오래라는 표준말이 뭣하다면 제주도 고유 사투리인 올래로 써야 마땅하다. /OSEN 선임기자
[사진] 제주 올래여행 홈페이지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