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렉서스 IS 200t, 8단에서 5단으로 뚝! “스포츠 시프트는 살아 있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5.11.17 09: 22

‘스포츠는 살아있다.’ 예전 모 스포츠 방송 프로그램에서 썼던 슬로건이다. 스포츠에는 성급한 예측을 불허하는 ‘비선형성’이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유기체의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하는 문구다.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의 이기, 자동차에는 사실 ‘비선형성’이 있으면 안 된다. 인풋과 아웃풋이 예측이 안 되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제조사들은 철저하게 계산 된 ‘비선형성’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차가 너무 정직하기만(?) 하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렉서스가 ‘타는 맛’에 초점을 맞춘 ‘퍼포먼스 모델’을 내놓았다. 비선형성을 주기 위해 자동변속기에 스포츠 시프트를 적용했는데 이 변속기는 8단 기어를 순간적으로 5단으로 뚝 떨어뜨리는 ‘비선형성’을 자랑한다. 궁극의 스포츠카 렉서스 ‘RC-F’에 쓰이는 기술을 차용했다는 ‘2016 NEW IS 200t’가 그것이다.

이름 분석부터 해보자. ‘IS’는 렉서스 브랜드의 스포츠 세단을 분류할 때 쓰는 일종의 돌림자다. 그래서 이 차는 ‘타는 재미’에 초점을 맞춘 스포츠 세단이다. t는 터보엔진을 일컫는다. IS 200t는 2.0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을 장착한 스포츠 세단이다.
200t는 이미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지난 2월 출시 된 렉서스의 콤팩트 SUV, ‘NX 200t’가 있었다. 두 차가 모두 2.0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을 쓴다. IS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지난 2013년 IS 250이 출시 돼 스포츠 세단 마니아들을 흥분시킨 바 있다.
종합하면 IS 200t의 정체성은 이렇게 정리 된다. IS 250을 다운사이징 한 스포츠세단이며 배기량을 줄임으로써 생기는 퍼포먼스의 공백을 터보로 보완한 차다.
잠실 롯데월드몰 내에 있는 토요타 & 렉서스 자동차 브랜드 체험관, 커넥트투를 출발해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 구간을 거쳐 김포 ‘아라마리나’를 돌아오는 시승행사 날. 가을비가 제법 굵게 내리고 있었다. 역동적 주행성능이 미덕인 스포츠 세단을 시승하기에는 도로 여건이 나빴다. 역으로 나쁜 여건 속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보인다면 신뢰도가 더 높아지는 조건이기도 하다.
IS 250과 IS 200t의 외형적 차이는 크게 없다. Bi_LED 헤드램프와 LED 리어램프 손질을 통해 스포츠 세단의 정체성을 좀더 강화한 정도이다. 실내도 눈에 띄는 디자인 변화 보다는 편의사양을 좀더 강화하는 선에서 손질을 했다. 마크레빈슨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으로 사운드 환경을 높인 것은 주목할 만했다.
IS 200t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요소는 역시 변속기였다. ‘8단 SPDS 자동변속기’로 불리는 이 변속기는 IS 200t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였다. SPDS, 스포츠 다이렉트 시프트의 약자다. 공식 설명은 ‘스포츠 모드에서 자동적으로 기어비를 인식해 시프트를 자동제어 하는’ 변속기다.
이 변속기에는 특이하게 G AI-SHIFT 컨트롤 기능이 들어가 있다. G 센서, 즉 중력센서가 내장 돼 있어 차가 스스로 중력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변속기를 제어한다고 한다. 이 기능이 작동하는 상황을 상정하면, 스포츠 운전 모드에서 고속으로 급격한 코너에 진입하면 G센서가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다운 시프트를 작동하고, 코너를 벗어나면 다시 업 시프트를 시도한다는 똑똑한 변속기다.
실제 운전에서는 스티어링 휠 아래에 붙은 패들시프트로 ‘8단 스포츠 다이렉트 시프트’의 대단한 반응력을 체험할 수 있었다. 스포츠모드에서 시속 120km 부근의 속도로 주행을 하다가 패들시프트로 기어를 낮춰봤다. 그러자 계기반에 표기 된 8단 기어가 순식간에 5단 기어로 떨어졌다. 차는 엔진 브레이크가 길리면서 킥다운을 위한 준비태세로 들어갔다. 엑셀을 살짝만 더 밟아도 IS 200t는 꿈틀하며 튀어 나갔다.
아주대학교 박정용 교수는 “자동변속기의 변속 시점은 일정 패턴을 따르게 돼 있다. 고단에서 저단으로 순차적 시프트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급격한 변속을 요하는 차량에서는 ECU의 개입을 통해 순차적 변속을 뛰어넘는 경우가 있다. 엔진 회전속도가 시속 120km보다 훨씬 빨랐으면 8단에서 7단으로 떨어졌겠지만 시속 120km 정도의 엔진 회전수라면 8단에서 5단으로 바로 떨어질 (엔진 회전수의) 여유가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2.0리터 터보 엔진은 다운사이징의 빈 자리를 잘도 메워나갔다. IS 250의 최대출력 207마력, 최대토크 25.5kg.m이라는 스펙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최대출력 245마력, 최대 토크 35.7kg.m의 엔진은 즉각적인 응답성을 착실하게 보장했다. 렉서스 관계자의 설명은 “렉서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일체형 배기 매니폴드(4 into 2, 4개의 배기관을 2개로 통합하고 수냉식 실린더 헤드에 하나로 결합)’와 트윈 스크롤 터보 차저를 조합한 새로운 터보 시스템은 터보랙을 없애고 즉각적인 가속 반응을 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안정적인 주행을 보장하는 배경에는 차체역학 통합 제어 시스템(VDIM)을 갖춘 고강성 경량 차체도 있었다. 일반적인 스포츠카의 요란한 배기음만 없었을 뿐이지 견고한 차체와 날렵한 움직임은 RC-F의 DNA에 맥이 닿아 있었다.
계기반에서 기어 단수를 그래픽으로 표시한 것도 매우 직관적이었다. 8단까지의 변속 과정은 8개의 세로막대를 가로로 촘촘히 붙여 표시했다. 변속이 가파르게 이뤄지는 동안에도 운전자는 변속 충격을 거의 느낄 수 없었지만, 그래픽은 트랜스미션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었다.
패들시프트도 스포츠세단의 역동성과 구색이 맞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있었으면 내비게이션에 뺏기는 운전자의 시선을 좀더 전방에 집중할 수 있을 뻔했다.
2016 New IS200t의 국내 판매 트림은 Premium, Supreme, Executive, F SPORT 등 네 종류로 판매 되며 각각의 가격은 4,440만원, 4,950만원, 5,670만원, 5,470만원이다. /100c@osen.co.kr
[사진] 렉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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