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화된 도식을 따르지 않았다. 팀에 가장 필요한 포지션에 과감한 베팅을 했다. SK가 새 외국인 타자 헥터 고메즈(27) 영입을 발표했다. 야마이코 나바로(28, 삼성)의 성공 사례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SK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고메즈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총액 65만 달러다. SK는 “스윙 스피드가 빠르고 임팩트 순간의 파워가 뛰어나다. 또한 상황별로 타석에서 대처 능력이 우수하고 팀 배팅에 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설명하면서 “수비 포지션은 주로 유격수와 2루수이며, 수비 범위가 넓고 강한 어깨를 지녔다. 도루 능력도 갖추고 있어 내년 시즌 공·수·주에서 큰 활약이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MLB) 경력이 크게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다. 2011년 콜로라도에서 MLB 무대에 데뷔했으나 2014년에나 재입성했고 올해 밀워키에서 66경기에 뛴 것이 가장 많은 표본이다. 통산 83경기에서 타율 1할8푼3리를 기록했고 OPS(출루율+장타율)는 0.526이다. 그러나 SK의 한 관계자는 “2012년과 2013년은 부상 때문에 고전한 것이 있다”라면서 “메디컬 테스트는 완벽하게 끝냈다. 큰 문제가 없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부상만 없었다면 더 나아갈 수 있는 선수였다는 의미다.

실제 고메즈는 싱글A 시절 포지션 올스타를 휩쓸었던 유망주 출신이다. 수비는 항상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강한 어깨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한 관계자는 “다리가 길어서 그런지 수비 폭이 넓다는 인상을 받았다. 비교는 안 되겠지만 알더렐튼 시몬스(LA 에인절스)처럼 3·유간 수비를 잘했던 선수”라고 떠올렸다. 실제 고메즈는 올 시즌 66경기만을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팬그래프닷컴’의 수비 지표에서 1.7의 플러스 점수를 받았다. 2루수 포지션에서의 UZR/150은 16.2로 수준급이다. 적어도 2루에서는 MLB에서도 평균 이상의 수비수였다.
비교 대상인 나바로는 2013년 볼티모어에서 -0.7의 수비 지표를 기록했으며 2루수로서의 UZR/150은 -20.1이었다. 비록 표본의 차이는 있겠지만 수비를 놓고 봤을 때는 오히려 나바로보다 비교 우위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실제 고메즈가 올 시즌 빅리그에서 출장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수비 때문이었다. 유격수로 데뷔했던 고메즈는 유격수와 2루수를 모두 볼 수 있으며 3루수 또한 수행할 수 있다. 어색하지만 유사시 1루도 볼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주축의 줄부상 및 부진에 시달렸던 SK로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매력이다.
그러나 수비만으로 평가를 받기에는 국내 외국인 시장의 기준이 너무 높다. 한 팀당 외국인 타자가 사실상 1명인 것을 고려하면 수비는 기본, 공격이 플러스가 되어야 한다. 실제 SK는 지난해 2루수 포지션의 공격력이 크게 떨어져 하위타선이 덩달아 약해졌던 기억이 있다. 고메즈는 그 돌파구다. 그렇다면 공격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어떨까. 아직은 반신반의다. 장타력은 기대, 정확도는 글쎄다.
나바로는 통산 MLB 79경기에서 타율 2할6리를 기록했다. 한국으로 건너오기 직전 마이너리그 성적은 2013년 타율 2할6푼7리, OPS 0.772, 12홈런, 53타점이었다. 고메즈는 한 시즌을 트리플A에서 보냈는데 당시 성적은 타율 2할8푼2리, OPS 0.808, 15홈런, 49타점이었다. 다만 나바로는 상대적으로 투수진이 센 인터내셔널리그, 고메즈는 타격친화적인 퍼시픽코스트리그라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단순한 성적만 놓고 보면 비슷하거나 나바로가 조금 나았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부상의 늪에서 완전히 탈출한 고메즈는 올해 트리플A에서는 29경기에서 타율 3할5푼8리, OPS 1.023이라는 호성적을 냈다. 퍼시픽코스트고 표본이 적다고 해도 이 정도 성적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실제 빠른 배트 스피드를 가진 고메즈는 KBO 리그에서 충분히 통할만한 장타력을 갖췄다는 게 스카우트들의 평가다. 경기장이 작은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홈으로 쓴다면 20개 이상의 홈런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많다. 중앙 내야수로 정상급 수비력에 20홈런이면 그 가치는 일반적인 1루수 30홈런 거포 못지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관건은 역시 정확도다. 고메즈는 “조용한 성격”이라는 구단의 설명과는 반대로 비교적 적극적인 타자다. 볼넷과 별로 인연이 없다. 고메즈는 2014년 MLB에서 볼넷 비율이 4.8%, 올해는 2.2%였다. 대신 삼진은 항상 그의 이름을 따라 다녔다. 2014년 삼진 비율은 42.9%, 올해는 29.9%였다. 그에 비하면 나바로는 좀 더 참을성이 있고 선구안이 좋았다. 나바로의 2012년 MLB 볼넷 비율은 8.9%, 2013년은 6.5%였다. 단순한 볼넷/삼진(BB/K)로 따지면 고메즈는 0.11-0.08, 나바로는 0.38-0.25였다. 고메즈의 약점이 드러나는 지표다.
아무리 장타력이 좋아도 정확성이 떨어지면 가치는 급감하기 마련이다. 올해 뛰었던 앤드류 브라운도 28개의 홈런을 쳤고 수비 활용성을 인정받았지만 타율이 2할6푼대로 가라앉으며 공갈포 신세에 그쳤다. 비교적 적극적인 승부를 하는 MLB 투수들과는 달리 KBO는 외국인 타자를 상대로 유인구 승부의 비중이 더 높다. 이런 승부에 참을성 있게 대처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2할8푼, 20홈런 이상도 치는 타자가 될지 주목된다. 수비에서의 장점을 고려할 때 그 정도면 충분히 성공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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