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1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2라운드 KB손해보험 스타즈과의 경기에서 3-1(23-25, 26-24, 25-19, 25-23)로 역전승해 연패 탈출과 함께 승점 3점을 추가했다. 6승 4패, 승점 19점이 됐고, 한 경기 덜 치른 대한항공과의 승점차도 이제 없다.
하지만 승리에도 불구하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세터 자리다. 현재 이승원이 유일한 세터 자원이다. 17일 경기에서는 1세트를 내준 뒤 2세트 5-12에서 나온 레프트 임동규가 세터 자리에서 맹활약해 분위기를 반전시켰지만, 어디까지나 변칙이었다.
최태웅 감독 역시 경기가 끝난 뒤 "누구에게나 위기가 오는데 연속 4경기 정도 되다 보니 (이)승원이가 오늘은 아예 안 될 것 같았다. 하지 말아야 될 선택을 했지만, 승원이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잠깐 쉬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임)동규를 기용했다"고 솔직히 말할 정도였다.

임동규 또한 "(세터로 뛰게 될 수도 있으니) 따로 준비만 하라고 하셨지 어떻게 하라는 말씀은 안 하셨다. 포지션 구분 없이 연습했던 것이 많았는데, 여름에 비치발리볼을 많이 한 것이 도움이 됐다. 준비는 하라고 하셨지만 진짜 (세터로) 기용하실 줄은 몰랐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수비형 레프트인 임동규를 세터로 활용하는 것은 한시적인 기용법이다. 원래 포지션이 세터인 노재욱이 돌아와야 숨통이 트인다. 발목 부상을 당했던 그는 현재 걸을 수 있는 정도의 상태가 됐다. 최 감독은 KB손해보험과의 경기를 앞두고 "(노재욱은) 빠르면 한국전력과의 경기(25일)에 나올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 주 뒤에 우리카드와 만날 때(30일) 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돌아오면 2명의 세터를 번갈아 쓸 수 있지만, 오기 전까지는 이승원에게 의지해야만 한다. 임동규를 자주 활용하는 것은 젊은 이승원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자신감을 하락케 하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 감독은 "아직 대학교 4학년 나이에 불과하다"라며 어린 세터를 격려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현역 시절 세터였던 최 감독이기에 이승원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얼마 전 훈련 때는 따로 다가가 안아주기도 했다며 그는 팀의 주전 세터를 향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이)승원이가 못하는 게 아니라 혼자 이끌려고 하다 보니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안 좋을 때는 바꿔줘야 되는데 그러지 못해 나도 답답하지만 결코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주장인 문성민도 성숙한 마음으로 후배를 보듬으려 노력하는 중이다. KB손해보험전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한 문성민은 "승원이의 부담을 줄여줘야 하는데 공격수로서 많이 도와주지 못해 흔들린 것 같다. 그래서 미안하다. 안 될 때 공격수가 끊어줘야 자신감도 생기는데 내가 미흡했다. 앞으로 연습 하면서 맞춰 나가려고 한다"며 공격수의 힘으로 세터를 도와주겠다는 생각을 표현했다. 이제 혼자 코트를 지킬 경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승원도 현대캐피탈도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