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일처럼 야구도 구성원들이 제대로 작동하는 나침반을 갖추고 있어야 제대로 돌아간다. 방향을 정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건 훈련이 아니라 노동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대만 마무리훈련은 이례적이다. 보통 11월에는 실전경기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마무리훈련에서 구슬땀을 쏟는다. 시즌을 다 치른 주전급 선수들은 휴식과 개인운동을 하는 시기다. 하지만 롯데는 주장 최준석을 필두로 FA, 국가대표, 부상 선수들 제외하고는 전원 마무리훈련에 참가시켰다.
강도 역시 높다. 한 선수는 "첫 날 훈련을 다 하고나서 '매년 훈련이 힘들어지는데 올해는 훨씬 더 힘들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훈련량이 많은데다가 대만에 찾아온 100년 만의 더위 때문에 선수들이 더욱 쉽게 지친다. 11월이면 예년 같았으면 대만에도 겨울이 찾아와야 하는데, 최근 대만은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게 예사다.

대신 선수들은 하나같이 "몸은 힘들어도 올해 초 스프링캠프보다 더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다. 훈련 분위기 역시 좋다. 선수들의 몸은 지쳐가지만, 자체적으로 작은 내기를 걸어가며 작은 동기부여를 한다. 정해진 임무를 제대로 마치지 못하면 삭발을 하든지 말이다.
조원우 감독은 선수들에게 어떤 방향을 정해줬을까. 키워드는 하나, '기본에 충실하자'다. 조 감독은 "우리 팀 선수들의 기량은 절대 부족하지 않다. 올해도 마지막까지 5강 싸움을 했다"면서 "그래도 부족한 게 있다면 수비다. 볼넷 혹은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내면 무조건 점수를 내주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롯데에 부족한 부분을 수비로 짚은 것이다.
조 감독은 2011년 롯데에서 수비코치로 활약했다. 당시 롯데 외야수들의 수비향상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당시 평가가 롯데 감독선임의 배경 가운데 하나가 됐다. 올해 롯데의 팀 실책은 114개로 10개 구단 중 9위였고, 수비율도 9할7푼9리로 최하위 kt 위즈보다 고작 1리 높을 뿐이었다.
이제까지 롯데를 거쳐간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수비강화'를 키워드로 내세웠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조 감독은 "이제와서 선수들의 기량을 키울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기본에 충실하도록 이번 훈련 방향을 잡았다. 수비할 때 집중해야 하는 건 중학생들도 안다. 만약 수비하면서 앞선 타석을 생각하면 잡을 수 있는 것도 놓친다. 이런 부분을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17일 가오슝 리더 구장에서 가진 EDA 라이노스전에서 롯데는 3-10으로 졌다. 대량실점을 하게 된 계기도 수비실책이었다. 롯데는 실책 2개를 했는데, 5회 나온 토스 송구 실책은 5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조 감독이 이 시기에 연습경기를 갖는 것도 실전에서 기본기의 중요성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롯데의 조용한 변화는 대만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