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역사에서 도쿄돔은 적잖은 기억이 있는 곳이다.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그 부러움을 떨쳐 내기 위해 열심히 뛰는 과정에서 일본을 극복하는 값진 성과를 얻기도 한 장소다. 그 도쿄돔에서 다시 태극기가 휘날릴 수 있을까.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이 18일 도쿄돔을 다시 찾아 그 가능성을 타진한다.
‘2015 WBSC 프리미어12’ 쿠바와의 8강전에서 완승을 거둔 대표팀은 이제 4강전 이후 일정이 진행될 일본으로 자리를 옮겼다. 18일 대만을 떠나 일본으로 향하는 대표팀은 오후 4강전이 벌어질 도쿄돔에서 가볍게 훈련을 한 뒤 19일 열릴 개최국 일본과의 4강전을 준비한다.
한때 한국에 도쿄돔은 ‘신기원’이었다. 제대로 된 경기장 하나 없던 시절, 지붕을 덮은 5만 명 수용의 경기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었던 일본 국익의 상징이었고, 한편으로는 일본 야구의 상징이 바로 도쿄돔이었다.

우리 프로야구가 도쿄돔에 처음 입성한 것은 1991년 제1회 한·일 슈퍼게임 2차전이었다. 낯선 경기장, 그것도 난생 처음 돔구장에서 경기를 해 공조차 제대로 따라가기 버거웠던 대표팀은 2차전에서 2-8로 완패했다. 당시 멤버들은 "수준차도 수준차였지만 조명이나 잔디, 그리고 지붕 등에 전혀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 패인 중 하나였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그 후로는 조금씩 대등한 경기를 하기 시작했다. 1995년 제2회 대회 때는 1차전이 도쿄돔에서 열렸는데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999년 제3회 대회 4차전에서는 양국을 대표하는 거포들인 김동주와 마쓰이 히데키가 홈런 한 방씩을 주고받는 공방전 끝에 8-8로 무승부를 기록, 명승부를 선사했다.
프로 올스타가 아닌 대표 레벨에서는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1경기가 도쿄돔에서 열렸다. 두 팀 모두 2승씩을 거둬 사실상의 순위 결정전이었다. 그리고 한국은 1-2로 뒤지고 있던 8회 이승엽이 이시이를 상대로 통렬한 역전 투런포를 날리며 3-2로 역전승했다. 당시 일본에서 뛰고 있었던 이승엽은 도쿄돔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고 8회의 기적 신호탄을 만들어냈다.
2009년 2회 WBC에는 예선 1라운드에서 1승1패씩을 주고받았다. 1라운드에서 일본에 강했던 김광현을 선발로 냈지만 2-14로 7회 콜드게임 패를 당했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김광현에게 호되게 당했던 일본 타자들은 철저한 분석으로 김광현을 무너뜨리며 설욕전을 벌였다. 근래 들어 일본에게 가장 큰 점수차로 패배한 기억이다.
그러나 대표팀은 패자전에서 중국을 누르고 기사회생한 뒤 1라운드 결승전에서 일본을 1-0으로 이겼다. 역시 도쿄돔이었다. 김광현 대신 일본 타도를 목표로 선발 출격한 봉중근이 5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이어 정현욱 류현진 임창용이 이어 던지며 영봉승의 쾌거를 따냈다. 19일 일본과의 4강전은 당시 이후 도쿄돔에서 열리는 2446일 만의 경기다.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명제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일본 야구의 심장부에서 또 한 번 있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